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유배된 지 4개월이 지난 1814년 9월,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러시아·오스트리아·영국은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전쟁으로 흐트러진 유럽의 질서를 재건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오스트리아의 외무장관 메테르니히의 주도 아래 장장 10개월 동안이나 계속된 이 회의에는 90개 왕국과 53개 공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회의가 열리는 동안 회의장으로 쓰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인 쇤부른궁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메테르니히는 이 호화로운 바로크 양식의 궁전에서 매일 최고급 와인과 흥겨운 왈츠를 곁들인 초호화판 무도회를 열었다. 10개월 동안 연인원 10만 명이 이곳을 들락거리며 흥겨운 왈츠와 달콤한 와인에 취해 야릇한 향락의 밤을 보냈다.
“회의는 춤춘다.”
빈 회의에서의 왈츠는 회의의 실체를 잊게 만드는 일종의 눈속임이었다. 왈츠 선율은 경쾌하고 달콤하지만 정치는 전혀 경쾌하고 달콤하지 않다. 무대 위에서는 웃으며 함께 술잔을 기울이지만 그 뒤에 전혀 다른 얼굴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