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식만동과 중사도 사이 서낙동강변. 강가에 우거진 갈대 사이로 수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성인 남성이 괴로움을 참아내며 내는 낮게 깔린 신음과 비슷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포획틀(가로 70㎝ㆍ세로 30㎝ㆍ높이 30㎝) 안 뉴트리아 한 마리가 내는 소리였다. 외래종인 뉴트리아는 ‘대형 괴물쥐’로 불린다.
바지 장화 차림에 빨간 목장갑을 낀 김문광(64)씨가 포획틀로 다가갔다. 뉴트리아는 천적이라도 만난 듯 “으으으” 더 울어대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이 뉴트리아는 몸길이 60㎝ㆍ무게 8㎏ 정도 돼 보였다. 그러면서도 성인 새끼손가락 길이만 한 주황색 앞니를 내보이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김씨는 “저 이빨에 물리면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다”며 “강한 이빨로 딱딱한 채소 등 식물을 먹는다. 무른 건 먹지도 않는다”고 했다.
단맛에 빠져 덫에 걸렸나
김씨는 “갈대 뿌리가 달큰한 맛이 나는데 그걸 얘네들(뉴트리아)이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물속에서 갈대 뿌리를 이빨로 꺾어와 저기 앉아 먹는다”며 “은근 깔끔한 것이, 진흙 등이 묻은 뿌리는 그냥 먹지도 않는다. 물로 씻어 먹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퇴치 전담반은 뉴트리아가 좋아하는 단맛 나는 당근ㆍ단감ㆍ고구마 등을 미끼로 쓴다.
“식욕·번식력 엄청나”…농가ㆍ습지 파괴자
뉴트리아는 번식력도 세다. 암컷 뉴트리아는 일 년에 30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김씨는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데, 1마리가 나타나면 주변에 8~9마리가 더 있다”며 “새끼가 조금만 커도 딴 데 보내버리는데, 그곳에서 또 무리를 이뤄 빠르게 번식한다”고 설명했다.
강한 번식력과 엄청난 먹성으로 뉴트리아는 항상 골칫거리다. 논밭을 헤집으며 당근ㆍ고구마ㆍ벼 등 농작물도 먹어치운다. 특히 부들ㆍ갈대ㆍ마름 등 습지 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 뿌리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다. 뉴트리아가 습지 파괴자로 불리는 이유다. 호수나 강가의 둑에 7~8m 깊이 굴을 파 살다 보니, 장마철 둑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가 마리당 2만원씩 포상금을 내걸 정도였다. 환경부는 2009년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했다. 김씨는 “강변을 따라 60m 길이에 걸쳐 있던 갈대숲이 사흘 만에 쑥대밭이 된 적도 있다”고 했다.
모피ㆍ고기 얻으려다…포상금까지 걸고 잡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14년 뉴트리아 퇴치 전담반을 꾸렸다. 전국 최초였다. 전담반 10명은 부산ㆍ김해(3명), 창원ㆍ진주ㆍ밀양ㆍ양산ㆍ함안ㆍ창녕(각 1명), 의령ㆍ합천(1명)에 배치, 뉴트리아 포획에 나섰다. 그 해에만 부산ㆍ경남 전역에서 7714마리가 퇴치됐다. 전담반 역할과 광역수매제 효과가 컸다. 광역수매제는 뉴트리아 접수센터나 포획지역 관할 지자체 등에 포획개체(사체)와 수당지급신청서를 제출하면 개체 당 2만원을 받는 방식이다.
뉴트리아 포획 수 급감…“박멸 수준 갈 듯”
이성규 낙동강청 자연환경과 전문위원은 “끈질긴 포획으로 개체 수가 줄어 다행이다”며 “이 상태를 유지하면 박멸 수준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