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원안보다 정부 재량권을 확대했지만,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무매입’이라는 기본 틀이 유지되는 한 여전히 부작용이 크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본회의 통과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본질적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기에 쌀 생산 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쌀 의무매입이 쌀값 안정이나 농가 소득 보장에 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개정안 원안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의무매입 시 필요한 예산은 올해 5737억원에서 2027년 1조1872억원, 2030년 1조4659억원으로 매년 늘어난다.
김종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무매입 기준을 완화한) 수정안을 기준으로 다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원안과) 큰 차이는 없다”며 “미세한 수치 조정만으로는 농가가 쌀 생산량을 줄일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략작물 직불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쌀 수급을 안정화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려던 정부 정책도 위협받을 수 있다.
정부의 ‘2023년 쌀 적정 생산대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적정 벼 재배면적을 69만 헥타르(ha)로 보고, 지난해 벼 재배면적(72만7000ha) 대비 약 5%(3만7000ha) 줄이기로 했다.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하락하고, 쌀값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쏟아 시장에서 격리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쌀 생산을 줄이는 농가를 위해 주는 당근이 ‘전략작물 직불제’다. 기존 쌀 외에 가루쌀·밀·콩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자연스럽게 쌀 생산량 감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 준다면 농가 입장에선 굳이 쌀 대신 대체작물을 경작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당장 남는 쌀을 매입하면 단기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쌀값 하락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다수 쌀 농가에서는 ‘현행안보다 오히려 퇴행하는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인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단지 수급조절로만 끝나지 않도록 농업생산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요청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개정안은) 구조적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쌀 가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명분마저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