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23일 라디오에서 “80조 3항은 직무정지를 받은 자 중에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잠깐이라도 직무 정지 절차가 있어야 3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적시돼 있다. 다만 80조 3항에서 정치탄압 사유를 인정받으면 당무위에서 1항을 번복할 수 있다. 전날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3항 덕분이다. 하지만 비명계는 1항의 직무정지가 선행되지 않았으므로 3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3항에 따라 징계처분이 취소된 경우 1항 직무정지는 효력을 상실한다”는 4항이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자 친명계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는 포괄적 해석 논리를 내놓으며 맞섰다. 지도부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항에서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뒤에 ‘콤마’가 없지 않은가. 직무 정지가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쉼표가 없이 한 문장으로 이어져 맨 마지막 서술어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와 연결된다”며 “사무총장이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졸속으로 소집된 당무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고 한다. 전 의원은 “당일날 이렇게 꼭 해야 하느냐, 내일 할 수도 있고 모레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한 최고위원은 “하루 이틀 지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속전속결로 하는 게 좋다”고 반박했다. 격론이 오간 끝에 전 의원은 기권을 선언하며 당무위에서 중간 퇴장했다. 한 배석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해석의 영역에 조항을 일일이 따져대는 건 옳지 않다”며 “1항으로 실랑이 말고 3항으로 정치적 결단을 하자고 공감대를 모아 나머지가 만장일치 찬성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전날 이 대표를 위례·대장동, 성남FC 의혹으로 재판에 넘겼다. 같은 날 민주당은 기소 사실이 알려진 7시간 만에 긴급 최고위·당무위를 잇따라 열어 이 대표의 당직 유지를 의결했다. 당무위에서는 참석자 80명 중 69명 찬성, 11명 반대로 해당 사안을 처리했다. 전날 현장에서 이견이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전 의원은 소집 절차에 대해 말했기 때문에 반대가 없었다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기소한 혐의 외에도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백현동 특혜 의혹 등 수사 선상에 오른 사건이 줄줄이 남아있다. 추가 기소 때마다 정치탄압을 반복해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당헌 80조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만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향후 다른 의원에게도 일일이 예외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8·28 전당대회 기간 “정치 탄압이 인정되는 경우”를 결정하는 주체를 외부 인사가 주축인 윤리심판원에서 당 지도부가 대거 포함된 당무위로 바꿀 때부터 예견된 소란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