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코인 상장 브로커 고모씨(지난 7일 구속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고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미술품 연계 유틸리티 토큰인 ‘피카’를 포함해 총 29개 코인에 대한 상장(거래지원)의 대가로 코인원에서 상장 업무를 총괄하던 이사 전모씨와 상장 실무 책임자인 상장팀장 A씨에게 합계 약 9억3000만원(전씨 약 3억4000만원, A씨 약 5억9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배임증재)를 받는다. 이날 기준 코인원에 상장된 코인은 총 183개로, 상장 대가가 오간 의혹을 받는 코인 중 일부는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고씨는 전씨에게 25개 코인에 대한 상장 대가로 2020년 3월 약 709만원 상당의 비트코인(BTC)을 보낸 걸 시작으로,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약 2억2000만원 상당의 테더를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금은 고씨의 바이낸스(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전자지갑에 있던 암호화폐가 전씨의 바이낸스 전자지갑으로 이체되는 방식을 통해 이뤄졌고, 이 중 약 7000만원 상당의 테더는 전씨가 고씨에게 먼저 요구해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팀장급 직원 A씨도 고씨로부터 총 29개 코인에 대한 상장 대가로 2020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약 4억6000만원 상당의 테더를 바이낸스 전자지갑으로 이체받았다고 한다. A씨의 경우 임원 전씨가 상장 편의를 봐 준 코인 25개는 물론 또 다른 4개 코인에 대해서도 상장 편의를 봐준 뒤 뒷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2021년 5월 27일 한꺼번에 이체된 약 2억3500만원 상당의 테더는 A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먼저 요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전직 임원 전씨는 고씨 외 또 다른 상장 브로커 B씨에게서도 복수의 암호화폐에 대한 코인원 상장 대가로 약 16억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추가로 받아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끝에 전날(21일) 구속됐다. 전씨는 전날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고 불출석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는 최근 브로커 B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브로커 고씨가 코인 발행업체로부터 코인 상장 알선의 대가를 받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에 뒷돈을 전달하기로 브로커와 사전에 모의했다면 코인 발행업체도 배임증재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암호화폐 상장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 주고 발행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빗썸홀딩스 대표 이모씨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다른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내의 불법 상장피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빗썸 상장 대행사의 수십억대 상장피 수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빗썸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