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 정원에선 많은 일이 벌어진다. 며칠 전부터 처마 밑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작은 짹짹거림이 들려온다. 남편이 나무로 새집을 만들어 처마 밑에 매달아 놓았는데, 여기에 참새가 들락거리기 시작한 걸 몇 년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집 단장을 끝내고 이미 새끼를 낳은 게 틀림없다. 암수 한 쌍이 정말로 부지런히 뭘 물어다 바친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새 중에 참새와 박새의 새끼 부화가 늘 이렇게 가장 먼저고, 5월이 돼야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나름 새들에게도 시간 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수선화와 튤립 사이, 정원엔 또 다른 주인공도 등장한다. 바로 벌이다. 수선화가 필 무렵부터 벌들의 비행이 눈에 띄게 분주해진다.
적어도 나의 정원에서 시간은 다른 계산법을 갖는다. 수선화와 튤립 사이, 이 시간은 정원에서 곧 피어날 수선화를 위해 지지대를 세워주는 시간이다. 수선화꽃은 머리가 커서 활짝 피면 그 무게로 고꾸라지곤 한다. 이걸 피하려면 지금쯤 잔 나뭇가지로 사이사이에 지지대를 꽂아 무거운 꽃이 잘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게 좋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