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예상된다”
앞서 UBS는 지난 19일 스위스 2위 규모 은행인 CS를 30억 스위스프랑(32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CS의 시가총액(지난 17일 기준 74억 스위스프랑·약 10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위기 확산을 막으려는 스위스 금융당국 주도로 UBS는 경쟁자를 헐값에 사들여 결과적으로 규모를 키우게 됐다. 투자 규모는 기존 3조4000억 달러(약 4500조원)에서 5조 달러(약 6500조원)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UBS는 “두 은행을 합치면서 5조 달러 이상의 총 투자 자산과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글로벌 자산 관리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S의 투자사업 부문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한 분석가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UBS는 CS 인수로 인해 운영·중재·자본 측면에서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게 됐다”고 짚었다.
여기에 스위스 금융당국이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CS 발행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한 데 따른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채권의 가치가 ‘0’이 되는 것인데, 다른 AT1까지 위험채권으로 전락하면서 ‘본드런(연쇄 채권 매도)’ 가능성마저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AT1 규모는 2750억 달러(약 360조원)에 육박한다.
아르비온투자그룹의 마크로 팹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AT1은 훨씬 더 문제가 많은 자산 등급이 됐다”며 “현재 중대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위스 금융당국은 CS의 자본을 강화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T1 상각을 강제했지만, 이로 인해 유럽 은행뿐만 아니라 취약성이 높은 신흥국의 AT1 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계약에서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CS 주주들에게는 보상이 있는데, AT1 투자자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가 소송 채비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로펌 ‘퀸 이매뉴얼 어콰트 앤드 설리번’은 CS AT1 보유자와 스위스·미국·영국 변호사들이 AT1 가치가 전액 상각 처리된 것과 관련한 법적 조치에 대해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