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발트해 상공을 관할하는 서부 공군의 방공 레이더 장치로 공중 표적 2대가 러시아 연방 국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탐지했다”고 알렸다. 러 국방부는 이들이 미 공군 전투폭격기 B-52H라고 식별하고 자국 국경 침범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수호이(SU)-35 전투기 1대를 긴급 출격시켰다고 했다. 이어 “외국 군용기가 러시아 연방 국경을 벗어난 뒤 러시아 전투기는 기지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ㆍ러 군용기 대치는 지난 14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7과 미국 공군 정보ㆍ감시ㆍ정찰용 무인기 MQ-9 리퍼가 충돌해 미 무인기가 추락한 지 엿새 만에 벌어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충돌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초유의 일이었다.
미국은 당시 국제공역 비행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무모하게 근접 위협 비행을 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 드론이 비행제한 구역을 침범해 전투기 2대가 출동했으며 충돌 없이 드론이 조종력을 상실해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흑해 충돌’ 사흘 뒤인 지난 17일 미 무인기 추락에 연루된 수호이(SU)-27 전투기 조종사 2명에게 무인기가 크림반도 인근 지역으로 비행하는 것을 저지했다며 국가 표창을 수여했다.
그런데 이후 이번에는 발트해에서 미ㆍ러 양국 전투기가 대치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양국 간 군사적 마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러시아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에서 독일 정찰기와 한때 대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