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식물들이 있어요. 개나리·진달래·산수유·회양목·히어리 등의 나무 꽃들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그중 진달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진달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오래전부터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숲을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죠. 연분홍의 얇은 꽃잎은 곱기도 곱지만 아직 잎이나 꽃을 내는 식물이 없는 이른 봄 숲에서 잎보다 먼저 피어난 꽃의 명도 높은 색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우리말로 진달래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요.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진짜’라는 의미의 ‘진’인 것으로 보이는데 달래는 ‘달려있다’는 뜻인지, ‘다래’의 달래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죠. 한편 두견화(杜鵑花)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중국 촉나라 ‘망제’의 넋이 나라 잃은 설움에 두견새가 되어 밤새 피가 나도록 울더니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라서, 혹은 두견새가 울 때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진달래는 오랜 시간 동안 전국에 걸쳐 살고 있어서인지 예술작품부터 생활 속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고 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도 있고, 여기에 곡을 붙여 노래한 가요도 있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이 마음도 피어~”로 시작되는 가곡도 많이 불리고요. 음력 삼월 삼짇날(3월 3일)이 되면 진달래 꽃잎을 부쳐낸 화전을 먹기도 하죠. 또 진달래꽃으로 빚은 술 '두견주(진달래술)'도 즐겼습니다.
사실 진달래와 철쭉은 같은 진달랫과 식물이에요. 이 꽃들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꽃잎에 점을 찍은 듯한 무늬가 있는 거죠. 이것을 ‘허니가이드(honey guide)’, 혹은 ‘넥타가이드(nectar guide)'라고 합니다. 사람 눈에도 보이는 허니가이드는 꽃에서 꿀이 분비되는 부분이 다른 부위와 구별되는 빛깔이나 반점 따위를 띠어 특별하게 보이게 한 현상이에요. 자외선을 보는 곤충의 눈으로는 꽤 많은 꽃에서 이 무늬를 발견한다고 합니다.
또한, 진달래 이파리를 비벼보면 레몬향 같은 향이 납니다. 오랜 시간 진달래를 관찰한 사람들도 그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요. 생강나무 잎을 비비면 나는 향과 비슷한데, 자신을 방어하는 물질을 만들어내서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지 못하게 막는 작전이죠.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를 디자인하고 있음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 보세요. 그러면서 '나는 어떤 것을 위해 디자인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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