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달러 의류 지원’ 쌍방울, 통일부에 방북 요청
A고문은 현대아산에서 대북 사업을 추진했고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문건에 따르면 A고문은 통일부에 “판매가 기준 1000만 달러 상당의 재고상품이 숙녀·아동용 중심으로 이미 준비돼 있다”며 “속옷은 철이 지나면 국내 판매가 어려우니 인도적 차원이라는 취지에 김 전 회장이 공감했고, 북측도 사의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아태협과 경기도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부터 지속적으로 아태협을 지원해 왔고, 후원계약도 체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쌍방울 측이 통일부에 김 전 회장의 방북 요구를 한 시점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다. 당시 쌍방울은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한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하는 대가로 북한과 지하자원개발 등에 대한 경제협력 합의서(2019년 1월)를 작성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 23~24일 우선 2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
'김성태 방북 요구'에 통일부 “바람직하지 않다” 보류
A고문은 2019년 1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에 고문으로 영입된 통일부 B 전 차관을 언급하며 “정식으로 방북 승인을 요청할 수 있지만, B 전 차관이 통일부 입장을 고려하자고 해서 비공식적으로 내부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8일 뒤인 3월 21일 김 전 회장의 방북에 대해 ‘보류 결정’을 통보했다. 통일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매우 유동적이고 대북제재 또한 엄격히 시행되고 있으며 일부 분야는 강화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까지 있다”며 “인도적 목적이라고 해도 고위급 경제인의 방북은 남북경협 추진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고, 지원규모(1000만 달러)도 대규모라 현 정세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쌍방울그룹은 그해 4월 북한에 남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300만 달러를 추가로 전달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 문건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대북사업 추진을 위해 김 전 회장의 방북을 희망했던 쌍방울그룹이 방북에 어려움을 겪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공동 방북을 추진했을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민경련과 지하자원·관광지·물류유통·자연에네르기 조성 사업 등 6개 사업권을 부여받는다는 내용의 경협 합의서를 작성했다. 지난 3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은 “합의서 작성 당시 김영철 북 아태위 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에 ‘경기도와 함께 대북사업을 잘 진행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같은 해 5월 방북 초청을 해달라는 공문을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