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성대모사가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목소리를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인이 어떤 상황에서 할 법한 대사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명민함을 갖췄다.
풍자 대상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정치인이 모두 ‘요리 재료’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그의 성대모사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에게 정치인 성대모사 풍자는 웃음을 주는 일이란다. "진영에 갇힌 시각들보다 오로지 웃음을 주기 위해서 한다"는 말에서 '타고난 관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그러나 자신을 "후천적 관종"이라고 불렀다. 이런 그도 한때 학교폭력의 피해로 마음 속 동굴에 갇혔던 때가 있다.
성대모사를 시작한 계기도 학폭이라고 했다.
"학폭의 굴레, 성대모사로 벗어나…'난 필요한 사람' 깨닫게 됐다"
명랑했던 그의 성격도 변했다. 일부러 중학교와 거리가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학생으로 지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 교사들을 따라 한 게 입소문이 났고, 그를 찾는 사람이 하나둘 생겼다.
이씨는 그때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며 "(성대모사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수록 자존감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 웃기고 싶단 생각에 정치인 성대모사…첫 시작은 MB"
이 특기를 살려 더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런 찰나 정치인이 눈에 띄었다.
"공인을 따라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을 웃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정치인이 떠올랐어요. 마침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던 중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게 됐고, '저분 목소리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에 하나둘 따라 하게 됐죠."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시사 풍자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이 성대모사에서 웃는 지점이 어디인지 고민하다 보니 단순히 따라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정치에 '1'도 관심이 없었던 그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를 챙겨보게 됐다. 정치인들의 연설이나 방송 인터뷰도 그에게는 좋은 교재란다.
"이제 정치인들이 제 친구들 같다"는 이씨의 말처럼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선 유명 정치인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뭐뭐 함미다' '개혁을 해야 함미다' 등 '니다'를 '미다'로 말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발성이 독특한데 목소리를 빼고 끝에 여운을 많이 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을 좀 앙다물고 말하는 습관이 있어요. 이재명 대표는 약간 깐깐하게, 말이 좀 빠르게 나가는 게 있고요."
"정치인들 긍정적 반응 많아…MB '나 따라 하는 게 누구냐' 묻기도"
얼마 전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저를 알아봐 주고 기분 나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 자체도 풍자"라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민중의 희희낙락하는 소리를 엄중한 각도로 지켜볼 때, 같이 웃는 상황에서 혼자만 못 웃는 상황이 됐을 때 그것조차도 희화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그런 용도로 많이 쓰임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라는 사람이 많이 알려지는 게 제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