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이후에도 일본이 최소한의 호응 조치를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해법의 완결성과 지속 가능성이 떨어져 오히려 일본에게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입장 계승" 또 반복
이어 한국 기자단에서 '일본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늘도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국 공조를 통해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날 양국이 발표한 셔틀외교 복원, 수출규제 해제 등 사안을 호응 조치의 일환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측이 요구해온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 표명' 등 핵심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 외교 당국은 지난 6일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후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일본 측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명시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기시다 총리의 입으로 직접 말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입장을 이미 재확인했으니, 선언 안에 포함된 문구를 한번 더 언급한다면 국내 여론을 다독이고 해법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로 설득했다고 한다. 다만 일본 측은 회담 직전까지 이에 확답 하지 않았고, 결국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데에 그쳤다.
"日 성의 촉구 했어야"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절반의 출발을 한 해법을 완성하기 위한 일본의 호응을 (윤 대통령이) 적절히 언급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한국이 먼저 조치를 취했으니 일본도 성의 있는 조치를 해서 잘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는 정도로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배상금의 '제3자 변제' 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갖게 되는 구상권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못박았다. 지난 6일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대통령 차원에선 명확한 언급을 아낀 채 보다 유보적 입장을 취했어야 추후 일본의 호응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레버리지로 사용 가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5일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은) 나중에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만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는 정도로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답방 땐 성과 있어야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이 이제 막 관계 개선의 과정에 접어들었으니 조만간 일본 총리가 한국에 왔을 때 역사 문제와 관련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국내적으로 일본의 호응이 미흡하다는 목소리 또한 향후 일본의 호응을 이끌어낼 압박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