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머문 것은 접촉면이 가장 적은 찰리와 피자 배달원 댄의 만남이었다. 댄은 매일같이 피자 박스를 문 앞에 놓으며 안부를 묻곤 한다. 문틈으로 찰리의 가쁜 호흡이 들릴 땐 진심으로 걱정해주기도 한다. “괜찮아요?” 서로에게 목소리로 존재할 뿐이지만 인간적 온기가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저녁, 그날도 댄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 뒤 찰리가 문을 열고 피자를 향해 손을 뻗는다. 순간, 그는 댄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댄이 외마디 신음만 남긴 채 돌아서고, 찰리의 처연한 눈빛이 클로즈업된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폭식이 시작된 건 그로부터다.
우린 어떠한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생김새가 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시선’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가.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Please, be kind). 특히 뭐가 뭔지 모를 땐!”(‘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 외침이 세상을 구하려면 다정함이 얄팍한 선량함에 그쳐선 안 되는 것 아닐까.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흔들림 없는 다정함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슈퍼 히어로가 아닌 우리가 서로를 구원하는 방식인지 모른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