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된 ICBM 한 발을 포착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를 비행한 뒤 동해에 떨어졌다. 일본 방위성은 “ICBM급 미사일이 오전 7시9분 발사돼 70분간 비행한 뒤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인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섬 서쪽 방향 200㎞에 낙하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1000㎞, 최고 고도는 약 6000㎞”라고 밝혔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은 지난 2월 18일 화성-15형 이후 한 달 만이다.
군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화성-17형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까지 탐지된 사항을 근거로 보면 화성-17형과 유사하다”면서도 “다만 탐지된 제원상 기존 화성-17형과 차이가 있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8일 화성-17형을 발사했는데 당시 최고 고도 6100㎞, 비행거리 1000㎞, 최고 속도 마하 22를 기록했다.
합참은 또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일 가능성은 작게 봤다.
김정은, 동해에 ICBM…군 “한·일회담 불만 표시”
북한은 지난달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신형 ICBM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지상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와 달리 발사 준비시간이 짧아 사전 징후 포착이 어렵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달리 ICBM에는 아직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군 당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북한의 발사 의도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출국 전으로 발사 시점을 정한 게 그 근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종료 통보의 효력만 정지시켜 불안정한 법적 지위를 이어 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또 출국 전에는 긴급 NSC 상임위에 참석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군에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을 철저하게 수행하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ICBM 발사는) 심각한 도발 행위”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국가안보팀은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본토와 한국,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 13일부터 역대 최장 기간의 연합훈련을 진행 중인데, 앞으로 일본까지 가세한 3국 연합훈련도 예정돼 있다. 3국은 지난해엔 미사일 경보훈련(6월)과 대잠수함 훈련(9월)을 했고, 올해 들어서도 미사일 방어훈련(2월)에 이어 이달 말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항모강습단 훈련과 미사일 경보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최근 미국 등이 지역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계속하며 전략무기 출격 빈도를 끊임없이 높이고 핵잠수함을 타국에 이전키로 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해병대 1개 중대가 다음 주 예정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인 쌍용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번에 한국에 오는 영국 해병대는 ‘코만도(commando)’라는 명칭으로 유명한 특수부대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로버트 마고완 당시 영국 왕립 해병대사령관이 방한했을 때 연합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