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A씨의 얘기다. A씨가 말한 전용면적 114㎡짜리 아파트는 2021년 10월 18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최근 매도호가가 13억원대까지 떨어졌다. A씨는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자 집주인이 가격을 더 낮춘 것”이라며 “이번 주에만 6~7팀이 집을 보겠다며 예약을 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가격 하락 폭도 주춤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0.80% 내렸다. 지난해 12월 1.96% 하락하고 지난달 1.25% 내렸는데, 두 달 연속 낙폭이 감소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지난 1월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풀이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한다. 가격을 크게 낮춘 매물은 이미 팔렸고, 남아 있던 급매물은 매도인이 가격을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중개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급락했던 최저가 기준으로 1억~2억원은 반등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도 호가도 급매물이 거래될 때마다 조금씩 오르는 분위기”라고 했다.
하지만 매도 호가가 오르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희망 가격 간 차이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 호가를 다소 높게 부른 뒤 가격을 조정해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매도자가 거래 조건의 조율 과정에서 가격을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금리가 해소되지 않았고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며 “매도세와 매수세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바닥을 다지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