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이 맛있네요""대통령 레시피"…與지도부 감탄한 만찬 음식

중앙일보

입력 2023.03.14 11:24

수정 2023.03.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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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 아주 시원하고 맛있네요.”(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대통령 레시피로 만든 겁니다.”(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웃음짓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 자리에 나온 김치콩나물국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소고기ㆍ꼼장어 등을 먹고 난 뒤 쌀밥과 함께 나온 후식 메뉴인 김치콩나물국이 ‘윤석열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직접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윤 대통령이지만, 한 참석자는 “대통령실에서도 음식 솜씨가 발휘될 줄 몰랐다”며 “참석자들 모두 놀랍고 재밌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만찬 자리는 화기애애한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한 선제 대응 방안,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사례에서 본 정무적 역할의 중요성, 차기 총선 승리의 당위성 같은 말만 오간 게 아니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대다수가 친윤으로 이뤄진 만큼 윤 대통령은 “모두 동고동락하던 사이라 든든하다”며 한 명 한명과 덕담을 나눴다. 윤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충남)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공주ㆍ부여ㆍ청양)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 충청도는 모두 윤 대통령을 충청의 아들로 생각한다”(정 전 위원장)고 말하면 윤 대통령이 “충청을 자주 갔다”고 화답하는 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김기현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윤 대통령, 김 대표,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최고위원. 뉴시스

특히 탈북자로는 사상 처음 여당 지도부가 된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많이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태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선거 기간 여러 당원과 만나는 것을 보고 신변이 괜찮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대중 노출이 많아져 태 최고위원이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이에 태 최고위원이 “무탈하게 잘 치렀다. 걱정 감사하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이제 지도부가 됐으니 정부 차원의 더 각별한 신변 보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2년 전 눈 건강이 악화해 망막 수술을 받은 조수진 최고위원에겐 “요즘엔 눈 건강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또 김재원 최고위원에겐 “저를 이 당에 처음 들어오라고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던 만큼 호칭도 자유로웠다. 윤 대통령의 청년 1호 참모 출신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14일 한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평소처럼) 어제 ‘예찬아, 예찬아’ 이렇게 불렀다”고 말했다. 이름이 불린 다른 참석자도 있었다. 지난해 대선 경선 캠프부터 대변인을 맡은 김병민 최고위원에게도 윤 대통령이 “병민아”라고 불렀다고 한다.  
 
평소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김기현 대표에겐 이날만큼은 “대표님”이라고 예우했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한 해 선배인 김 대표(78학번)는 만찬에 앞서 공개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90도 가까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하는 등 서로 예의를 갖춘 모습이었다. 만찬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는 “격의와 존중이 모두 공존한 허심탄회한 자리였다”며 “당ㆍ정간의 케미가 너무 잘 맞아 앞으로 월 2회 정기회동 역시 화기애애하고 건설적인 대화가 많이 오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