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세계무역기구(WTO)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7~9월) 전 세계 국가에서 수입한 6조4625억 달러어치 상품 가운데 한국산은 1741억 달러로, 2.69%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3% 안팎을 유지했던 한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2%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1년 사이 0.22%포인트 하락하며 2009년 1분기(2.65%) 이후 1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파,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속에서도 2.8~2.9% 수준을 유지했던 한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빠르게 내리막을 탔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속에 한국산 제품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수출에서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은 영향도 컸다.
이는 환율이 수출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와 가공해 수출하거나, 중간재를 넘긴 뒤 현지에서 완성품을 생산하는 수출 방식이 이미 자리 잡았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효과는 줄고, 원자재 등을 비싸게 사와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반도체ㆍ자동차ㆍ디스플레이ㆍ일반기계 등 한국 주력 산업 대부분이 가격(환율)보다 기술 경쟁력에 따라 출렁이는 시장인 점도 한몫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해 발간한 ‘원화 환율의 수출 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요 산업의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이 2010년 이후 두드러지게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질실효환율 1% 하락이 2010년 이전엔 주요 산업 수출을 0.71% 증가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2010년 이후 0.55% 증가에 그쳤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열린 수출투자책임관회의에서 ‘주요 품목별 수출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놨다. 조선업계 수주가 늘어나는데 맞춰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현행 70~85%인 무역보험공사 선수금환급보증(RG) 특례보증비율은 높이기로 했다. 최대 4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신성장ㆍ원천기술 대상에 미래차 핵심기술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올해 무역금융 지원 규모는 최대 364조5000억원으로 늘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폐쇄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ㆍ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이란 견해가 많지만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한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