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3억5000만원에 팔린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39㎡는 지난달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여 만에 4억원 넘게 내린 것이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28㎡도 2021년 7월 9억원에 팔렸지만, 현재 호가는 7억2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9월 8억2000만원에 계약된 뒤 6개월간 거래가 실종됐다.
분양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다. 송파구와 붙어 있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지난달 예비당첨자 계약 후에도 일반분양 4786가구 중 899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중 초소형인 29~39㎡가 71%(640가구)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쓸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에 4만 명 넘게 몰리긴 했지만, 중소형 평형보다 수요 자체가 덜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줄어든 이유는 우선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월 말부터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대지면적이 6㎡ 넘는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자가 아닌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자’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삼성·잠실 일대 중개업소들이 “10평대 아파트는 임대 수요가 많은데도 투자자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다.
임대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역삼아이파크’ 28㎡의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이다. 현재 호가(7억2000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연 수익률이 2.6%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4% 전후)보다 낮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월세를 주자니 수익률이 안 나오고, 갭 투자자 입장에선 전셋값이 하락하는 상황이라 투자 비용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권 초소형 아파트가 다시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다. 투자 상품 성격이 강해 주택시장이 살아나거나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수요가 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급이 느는 것도 부담이다. 2025년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만 초소형 1160가구(전용 29~39㎡)가 입주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 수익은 물론 시세차익 기대가 예전만큼 크지 않아 단기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