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 강남권에서 ‘없어서 못 팔던’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초소형 아파트는 60㎡ 이하인 소형보다 작은, 40㎡ 이하 아파트를 말한다. 대개 방 한두 개와 욕실 한 개로 이뤄진다. 이 주택형은 2000년대 초 서울시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재개발·재건축은 40㎡ 이하 8%) 규제 때문에 억지로 생겨났다. 당시 ‘강남 쪽방’ 취급을 받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1인 가구 증가로 몸값이 뛰며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됐다. 그러나 최근엔 수요가 줄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분양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다. 송파구와 붙어 있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지난달 예비당첨자 계약 후에도 일반분양 4786가구 중 899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중 초소형인 29~39㎡가 71%(640가구)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쓸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에 4만 명 넘게 몰리긴 했지만, 중소형 평형보다 수요 자체가 덜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줄어든 이유는 우선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월 말부터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대지면적이 6㎡ 넘는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자가 아닌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자’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삼성·잠실 일대 중개업소들이 “10평대 아파트는 임대 수요가 많은데도 투자자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다.
다른 지역은 임대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역삼아이파크’ 28㎡의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이다. 현재 호가(7억2000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연 수익률이 2.6%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4% 전후)보다 낮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월세를 주자니 수익률이 안 나오고, 갭 투자자 입장에선 전셋값이 하락하는 상황이라 투자 비용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