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이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 이하 지원재단)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제출했다. 내용증명엔 “수신인(지원재단)은 의뢰인(강제징용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채무(손해배상금)를 변제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우회해 제3자인 지원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경우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원재단은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에 따라 2018년 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일본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총 15명의 피해자 중 생존자 세 명이 일제히 이를 거부함에 따라 지원재단이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12명의 피해자는 유족이 손해배상금과 관련한 재산권을 승계받은 상태인데, 이들은 아직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내용증명 제출…"법률 분쟁 대비"
실제 이날 생존 피해자 세 명의 내용증명 전달은 향후 지원재단과의 추가적인 법률 분쟁을 염두에 둔 사전 준비 성격이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이춘식 할아버지의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내용증명을 제출하며 “내용증명이라는 방식의 증거를 확보하고, 그뿐만 아니라 인편으로의 전달을 통해 중복적 증거를 확보해 보다 철저하게 법률적인 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6일 해법 발표 당시 “법률적 가능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들 검토와 자문을 다 거쳤다”며 “법리적으로는 끝까지 판결금 변제를 수령하지 않는 경우 공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탁' 둘러싼 지원재단-피해자 소송전 우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6일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지원재단이 일방적으로 공탁해 집행사건에 제출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집행절차에서 공탁의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 해소와는 별개로 국내에선 배상금을 지급하려는 지원재단과 이를 거부하는 피해자 간의 소송전이 이어지며 혼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