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캐나다 생활을 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라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두 나라의 의료보험 체계다. 나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최첨단 시설의 병원을 드나들며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출산 후 사흘간 병원에서 회복하면서 4인실을 독방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하루 200달러씩 낸 게 전부였다. 미국이었다면 하루에 2000달러도 모자랐을 것이다.
출산 휴가 시스템도 캐나다가 월등히 좋다. 캐나다에서는 배우자도 1년 출산휴가를 받는 일이 흔하지만, 미국에서는 배우자 출산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나도 학교에서 맡은 일이 많아 6개월 출산 휴가 신청을 고려했으나, 오히려 학교 측에서 임시 디렉터 구하는 일은 문제없다며 1년 휴가를 권했다.
보편 복지 측면에서 한국도 캐나다와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 의료비 개인 부담금을 올리고, 각종 검사 비용의 보험 혜택을 없애려 한다는 뉴스가 들린다. 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일이다. 미국에 사는 20여년 동안 병원에 못 가 병을 키운 사례를 무수히 많이 봤다. 어깨탈골이 됐을 때 병원비가 무서워 6개월이나 셀프 치료를 하다 결국 큰 수술을 받게 된 친구도 있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