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신협력 공동선언 가능성"…재계 톱4도 일본 갈 듯

중앙일보

입력 2023.03.12 17:23

수정 2023.03.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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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적대 관계 청산과 경제·안보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골자로 하는 한·일 신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12일 전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나아가 보다 포괄적인 한·일 미래상을 제시하는 이른바 ‘윤석열-기시다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일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직후 기시다 총리와 공동 회견을 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실질적이고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쪽으로 양국 정상의 메시지가 모일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사회·문화 등에 걸친 협력을 확대, 활성화하는 구체적인 결과물도 도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에 양국 갈등이 깊어지면서 상호 보복성으로 이뤄진 조치를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견 직후에는 양국 정상 부부 동반 만찬이 예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에 징용 갈등에서 파생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문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불안정 등이 타결 대상으로 거론된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수출규제를 풀고, 한국 정부는 ‘종료 통보 효력 정지’ 상태인 지소미아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반도체·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양국 정상이 셔틀외교 재개도 테이블에 오른다. 한일협력의 상징이었던 셔틀외교 역시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방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통해 기시다 총리의 첫 방한 일정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방일 이틀째인 17일 오전에는 양국 기업행사를 연다.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공동 주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두 단체가 강제징용 해법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미래청년기금’(가칭) 설립을 조율 중인 가운데 양국 주요 기업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래청년기금의 규모와 사용처 등이 이 자리에서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에선 전경련 소속만 순방단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재계 톱4(삼성·현대차·LG·SK) 총수를 중심으로 참석자 최종 조율 중인데 참석 기업이 국내 재계 순위 톱10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2030년 부산 엑스포 지지 선언을 기대하는 기류도 읽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본 오사카(大阪)시의 ‘2025 세계박람회’에 대해 우리나라가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준 만큼,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일본도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23년도 제4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일본 방문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실 내부는 여론 흐름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강제징용 배상 협상과 관련해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며 “대선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된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일부 편집해 이날 유튜브 쇼츠로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아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명패의 문구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를 부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일본 방문 직전 일본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