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으로 “제가 만난 가장 청렴하고 성실하고 헌신적이고 유능했던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부고를 전한 이 대표는 “이분은 검찰의 압박 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나. 없는 사실을 조작해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국회 밖에서 현장 최고위를 연 건 지난 1월 27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이 대표가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 표결로 한 달 넘게 중단했던 민생 행보를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 재개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최측근 인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런 의미가 무색해졌다. 전날 저녁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씨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당선인 비서실장과 초대 도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 인사다. 당시 경기도청에선 “음지(陰地) 실세가 정진상이라면, 전모씨는 양지의 핵심”이란 얘기가 적지 않았다.
오후 7시 45분쯤 장례식장 주차장 입구에 나타난 이 대표는 “정치 내려놓으시라는 유서 내용이 보도됐는데 한말씀 부탁한다”, “고인과 마지막으로 연락하신건 언제인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빈소로 향했다. 약 20분 뒤 조문을 마치고 나와서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차량을 타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가 유족들에게 ‘같이 일한 공직자 중에 가장 청렴하고 가장 유능한 분이셨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말씀을 전했다”며 “유족들은 ‘대표님도 힘을 내시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잘 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종일 술렁였다. 비명계 의원들은 “현재로서는 자세한 경위를 알지 못해 지켜볼 뿐”이라면서도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한 비명계 수도권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지,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이 안 된다”며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는 내부 단속 수위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 최고위 모두 발언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지지자들이 ‘단일대오 떡’을 돌리며 민주당의 단합과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며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씨가 남긴 유서에 “(이재명) 대표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지요”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민주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유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마저 왜곡하며 정쟁에 이용하는 비열한 행태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