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엄정 조치’ 실효성 따져본다
교육부가 검토 중인 가해자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현재 최대 2년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보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대학 입시에 학폭 이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폭 가해학생이 아무 일 없이 대학에 가고 사회로 나가는 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이자 가해학생에게도 적절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처벌과 함께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162개 대학 중 정시전형에서 학폭을 감점요소로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은 4곳뿐이다. 교육부는 정시에 학폭 전력을 의무 반영하는 등 가해학생의 입시 불이익을 높여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의성 대전교육청 변호사는 “학폭에 대한 불이익이 커지면 가해학생과 학부모는 ‘끝까지 싸워보겠다’라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학폭의 적용 기준을 재조정해 사소한 갈등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부 기재하자 소송 급증…“의견수렴 거치겠다”
11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학폭 대책을 만들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다시 '엄벌주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이 부총리는 “교육부가 특히 책임을 지고 학교폭력을 뿌리 뽑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엄벌주의는 학폭 예방이나 자기 책임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도 반드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엄벌주의가 학폭을 예방할 수 없고 법적 소송과 분쟁 등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에 따르면 학폭이 학생부에 기재되기 전인 2011년에 0건이었던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이듬해 175건으로 급증해 2019년에 89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강 의원은 “이주호 장관이 2012년에 내놓은 해법이 객관적 지표로 보면 전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며 “학폭 전문 변호사의 시장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제도의 개선이 잘못된 행동을 규정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잘못된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학교폭력에 대해 더 발전되고 근본적인 대책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 달 말까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