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원전 가동은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급등, 냉·난방 수요 급증 속에 크게 늘었다. 원전 이용률은 2021년 74.5%에서 지난해 81.6%가 됐다. 이에 따른 전력 생산 증가 폭은 신규 원전 2기를 가동한 것과 맞먹는다. LNG 발전 대체에 따른 절감 효과만 5조원 수준이다. 원전 발전량도 17만6054GWh(기가와트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석탄·LNG 발전량은 전년 대비 줄었다.
전체 발전 대비 원전의 비중도 29.6%로 2016년(30%) 이후 가장 높았다. 윤석열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울 1호기 등 계획예방정비를 마친 원전이 잇따라 투입되고, 신한울 1호기도 지난해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력 판매액은 전체 시장의 12%에 불과한 10조4600억원에 그쳤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의 ㎾h(킬로와트시)당 평균 정산단가는 52.5원이다. 유연탄(158.7원), LNG(239.3원)보다 훨씬 낮다. 한전에서 판매하는 가격(120.5원) 아래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발전원은 원전이 유일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원전의 정산단가가 60원 안팎은 돼야 수지가 맞는다"고 밝혔다. 결국 원전 가동을 늘릴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한수원의 전력 생산·판매의 불균형 뒤엔 지난해 3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모회사 한전의 재정 문제가 있다. 연료비 폭증으로 지난해부터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치솟았지만, 전기요금 인상률은 1년 새 29.5%에 그치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자금 상황이 어려운 한전은 민간 발전사 등이 들어간 화력발전보다 '기저 전원'으로 꼽히는 원전에서 최대한 싸게 전력을 구입해 비용 부담을 줄였다.
실제로 지난해 원전 정산단가는 원전 이용률이 65.9%까지 떨어졌던 2018년(62.1원)보다 10원가량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LNG·유연탄 등 나머지 발전의 정산단가는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올 1~2월에는 원전(43.8원)과 LNG(283.2원)의 단가 차이가 더 벌어졌다. 저렴한 전기요금을 원전이 떠받치는 구조인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이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적절한 이윤이 나지 않으면 원전 관련 투자 등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산 단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전력시장 개편 등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원전은 비용이 모자라면 안전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조건 단가를 낮춰선 안 된다"면서 "2026년까지 한전·한수원 등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으로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정부가 발전 원가를 보전해주는 정부승인차액계약제도(VC)를 도입해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