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혐오 부추기는 낯 뜨거운 내용 무차별 살포
철거도 불가능해 시민 혐오 가중, 당장 규제해야
이렇게 현수막 공해가 도를 넘으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당장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수막이 신호등이나 가게 간판을 가리고 운전자들의 시야를 분산시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영업에도 지장이 크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킥보드를 타던 대학생이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인천시는 조례를 개정해 현수막 규제에 나섰고, 종로구청 한 곳에만 하루 평균 10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서울시도 각 정당이 동마다 1개 현수막만 걸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여야가 법을 핑계로 현수막 게시를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8월부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유권자의 1인 선거 현수막 게시가 가능해져 현수막 공해는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정당들은 현수막 게시에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는 반면, 일반인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지정된 곳에만 게시할 수 있으니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사고 위험을 높이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현수막을 묻지마식으로 살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흉물이 돼버린 정당 현수막은 하나 만드는 데 10만원이 들어간다. 이 비용은 국고보조금이나 정치후원금으로 충당되니 세금 낭비도 엄청난 셈이다.
여야는 현수막 게시를 원칙적으로 자제하고, 꼭 현수막을 통해 알릴 사안이 있다면 일반인과 똑같이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뒤 지정 게시대에만 걸도록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법을 재개정해 현수막 게시를 엄격히 규제하는 게 정치 공해에 시달려 온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