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박빙의 승부처로 꼽히는 여우주연상 부문 얘기다. 현지에서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후보는 판타지 액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의 양쯔충과 최정상 마에스트로의 붕괴를 그린 음악 영화 ‘TAR 타르’(이하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다.
올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각각 뮤지컬‧코미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나눠가진 둘은 공통점이 있다. 과거라면 남자 배우가 차지할 법한 역할을 맡아 열연하며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美버라이어티 “男역할 女배우가 상징적으로 재창조”
미국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가족의 위기를 다중우주 액션에 풀어낸 ‘에에올’이 당초 홍콩 스타 청룽(成龍‧성룡)을 캐스팅하려다 불발, 양쯔충이 합류하며 주인공의 성별을 바꾼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양쯔충 자신의 배우로서의 삶과 필모그래피를 극중 다중우주 세계관에 녹여내 작품이 더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르’ 역시 각본을 겸한 토드 필드 감독이 “백인 남성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5초 만에 파악 가능했을 이야기를 여성 지휘자로 바꿔 권력 그 자체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블란쳇 또한 “권력 구조를 얘기할 때 흔히 봐온 남성 위주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화의 뉘앙스를 더욱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블란쳇은 동성 연인과 입양한 딸을 둔 어머니이자, ‘미투’ 고발로 몰락하는 제왕적 지휘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블란쳇의 마에스트로급 연기”란 호평이 나온다.
분위기는 '에에올'의 양츠충이 우세하지만...
시상식을 나흘 앞두고 수상 예측은 ‘에에올’의 양츠충이 좀 더 우세한 분위기다. 9일 시상식 결과 예측 사이트 ‘골든더비’에 따르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부문에선 양쯔충이 블란쳇을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양쯔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 격인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영향도 크다. ‘에에올’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11개 부문(작품‧감독‧각본‧여우주연‧남우조연‧여우조연 등)에 후보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