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게임 안 부러운 전통 실내놀이 5종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우리 전통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 있는 우리놀이터 마루달은 전통놀이지도사들과 함께 다양한 실내외 전통놀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상대편의 머릿속을 읽어라, 고누
고누는 지역별로 고니·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주로 땅에 판을 그려 돌·풀잎 등으로 말을 삼아 놀다 보니 ‘땅장기’라고도 한다. 별다른 도구 없이 두 사람만 되면 놀 수 있어 전국 어디서나 대중적으로 즐겼다. 서민적인 놀이다 보니 자세히 다룬 문헌이 많진 않지만 12세기 중후반부터 임춘의 『공방전』, 권용정의 『한양세시기』 등에 언급됐다. 10세기 초 가마터에서도 참고누가 발견돼 고려 초에는 이미 고누가 성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호박고누
2. 양측 꼭짓점 3개에 각각 흑돌과 백돌을 놓는다.
먼저 고누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호박고누를 배워보자. 호박고누판은 한자 버금 아(亞)처럼 중앙에 타원형을 두고 양쪽에 꼭짓점이 3개씩 그려진 직선으로 이어진 형태인데, 이 점 3개가 각 팀의 집이다. 흑돌팀과 백돌팀이 번갈아 각자의 말을 한 칸씩 선을 따라 타원형판을 향해 움직이다가, 4등분된 타원형판 안에서 더 이상 상대방 말이 움직일 수 없도록 가두면 승리한다. 말은 타원형판 안에서는 모든 방향으로 이동 가능하지만, 일단 집을 벗어난 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타원형판에는 꼭짓점 5개가 선으로 연결돼 백돌과 흑돌은 선을 따라 점과 점을 이동하면서 추격전을 벌여야 한다. 상대방의 수를 먼저 읽어서 상대팀의 돌을 감싸 가둬버리면 게임이 끝난다.
줄고누
다음으로 배울 놀이는 9개의 작은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판에서 하는 줄고누다. 먼저 흑돌 4개와 백돌 4개를 판의 양쪽 끝 점 4개에 일렬로 놓는다. 이곳이 양 팀의 집이다. 순서를 정해 번갈아 말 하나를 한 칸씩 선을 따라 움직여서 말 4개를 먼저 상대 팀 집에 넣는 사람이 승리한다. 줄고누에서 말은 선을 따라 말판의 앞‧옆 방향으로만 이동 가능하고, 후진할 수는 없다.
참고누의 경우 2 대 2 팀 대결이 가능하다. ‘고누 중 진짜 고누’라고 하여 참고누라 부른다. 참고누는 전북 전주 읍성의 남문인 풍남문 2층 누각에 병사들이 커다란 고누판을 그려놓고 놀이를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걸로도 알려져 있을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은 놀이다.
참고누
5. 보조말을 뺀 뒤 후반전 시작. 같은 방법으로 놀며 상대가 삼목을 할 수 없게 말을 2개로 만들면 승리한다.
참고누는 말 3개를 가로·세로·대각선으로 나란히 정렬한 삼목을 만들며 진행된다는 점에서 말 5개를 정렬하는 오목과 비슷하다. 호박고누·참고누는 단판승이었지만, 참고누는 축구처럼 전반전·후반전이 있고 후반전에서 최종 승부가 난다. 전반전에선 자유롭게 말을 놓으며 삼목을 만들고 “꼰”이라고 외치면, 상대방 말을 하나 제거할 수 있다. 비워진 자리에는 보조말(방해돌)을 넣는데, 흑돌·백돌팀 말까지 포함해 총 24개의 말을 놓을 수 있다. 양 팀을 합해 보조말 5개를 모두 사용하거나 판에 더 이상 말을 둘 수 없으면 전반전이 끝난다.
후반전은 놀이판에서 보조말을 모두 빼고 시작하며, 이 빈자리를 이용해 각자의 말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삼목을 만든다. 삼목을 하나 만들 때마다 상대 팀 말을 하나씩 제거하며, 상대의 말이 2개가 돼 더 이상 삼목을 만들 수 없게 만들면 승리한다. 수적으로 불리하다 싶으면 상대 팀이 삼목을 만드는 걸 방해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전략 세워 주사위 던져요, 쌍륙
쌍륙은 나무를 쥐고 논다 하여 한자로 악삭(握槊)이라고도 한다. 쌍륙은 한무제 때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래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는 백제 시대부터 유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천년이 넘도록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았으며, 특히 바깥출입에 제약이 많았던 조선시대 양반가 부인들이 실내에서 즐겼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한가히 옥 말판을 가져다가 쌍륙놀이하고”라고 언급했으며,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의 ‘쌍륙삼매’에도 등장한다.
여기쌍륙
4. 후반전에서는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따라 반대로 왼쪽 나졸·장군칸에 있던 말들을 오른쪽 가장자리로 복귀시킨다. 먼저 다 옮기는 팀이 승리.
예를 들어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각각 3과 6이 나오면 3번 나졸칸과 6번 나졸칸에 말을 하나씩 둘 수 있다. 두 번째로 주사위를 굴려 3과 4가 나오면 3과 4칸에 말을 하나씩 놓는데, 그러면 3번 나졸칸은 말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으며 만약 세 번째 주사위 놀음에서 3과 2가 나오면 2에만 말을 넣을 수 있다.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동일한 숫자가 나오면 장군칸에 말을 넣을 수 있다.
쌍륙에서는 특히 주사위에서 6과 6이 나올 때, 즉 ‘쌍륙’일 때 세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첫 번째로 자신의 장군칸에 말을 더하거나 빼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며, 두 번째로 상대편의 장군칸에 있는 말을 더하거나 빼면서 방해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의 장군칸이 비거나 가득 찬 경우에는 말을 빼거나 더할 수 없다. 세 번째로,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릴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나라 명승지 돌아보자, 승람도놀이
‘승람도놀이’는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놀이판(승람도)에 적어놓고 주사위를 던져 전국 팔도를 유람하다 가장 먼저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전통놀이다. 참가자들은 시인·한량·농부·어부 등 각자 신분을 정한 뒤 순서에 따라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놀이판 위 말을 옮기며 전국을 돌아본다. 다만 신분에 따라 제약과 특혜가 있고, 말이 ‘회오리 바람’이 있는 칸에 가면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등 예외가 있어 운이 승패를 많이 좌우한다.
암행어사 출두요
2. 명승지 칸에서는 역사장소카드, 어명 칸에서는 어명카드를 쓴다. 참가자에게 불리한 상황은 마패로 1인당 2번까지 무효화할 수 있다.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는 2019년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육적 목적으로 승람도놀이를 모티브로 제작한 보드게임 ‘암행어사 출두요’를 해볼 수 있다. 승람도놀이와 달리 참가자가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돼 여러 고을을 돌아다닌다는 콘셉트다. ‘암행어사 출두요’ 놀이판을 펼치면 S자가 여러 번 꺾인 모양으로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그림이 나온다. 출발점 옆에는 경복궁, 종착점에는 백두산이 그려져 있고, 그 사이에는 평양성·첨성대·해인사 등 우리나라 명승고적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또 ‘어명’ ‘뒤로 5칸’이라고 적힌 칸, 사다리가 그려진 칸도 있다. 한 개의 주사위와 여러 장의 역사장소·어명·마패카드가 세트다.
‘암행어사 출두요’ 놀이는 참가자들이 순서를 정해 주사위를 던져 출발점에서부터 말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 4가 나오면 앞으로 네 칸 이동하는데, 출발점에서부터 네 번째 칸은 남대문이다. 이때 역사장소카드 중 남대문을 꺼내 카드 뒷면에 쓰인 미니게임을 바로 수행한다. 백두산에 도착했을 때만 다음 차례를 기다려 미니게임을 한다.
호박고누·줄고누·참고누와 여기쌍륙, 승람도놀이 기반의 보드게임까지. 다섯 가지 실내 전통놀이를 배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전통놀이를 알리기 위한 현대화 작업이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온라인에서도 쉽게 실내 전통놀이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고누의 경우 바둑알만 있으면 직접 판을 그려서 놀 수도 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실내 전통놀이를 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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