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장브르 "한식 잠재력 무궁무진…고유의 매력·역사 잘 살려야"

중앙일보

입력 2023.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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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전 세계 미식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한국 레스토랑 10곳이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스타(별)’를 받는 등 한식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국내외 전문가와 푸드 저널리스트 등 의견을 기반으로 ‘파인 다이닝(fine-dining·고급 식당)’의 최근 트렌드와 한식의 미래를 살펴봤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브뤼셀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레흐뒤땅'의 오너 셰프이자 한국계 스타 셰프인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가 한식의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기고를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다음은 기고 전문.
한식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하겠지만, 관광객이나 미식 문외한에게는 매우 색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서양에서 고착화한 '아시아 음식'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2007년 나는 한국 정부 초청으로 방한해 한식을 탐험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 정부는 내게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해 한식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김치, 비빔밥, 코리언 바베큐 등 한식의 전형적인 요소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한식'을 접했을 때 받은 독특한 느낌을 묘사할만한 정확한 표현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식은 단맛과 짠맛, 쓰거나 매우 신 재료를 능숙하게 배합해 고전적인 프랑스 요리의 미식 정수(精髓)를 버무려놓은 듯했다. 한식 고유의 '장(醬)' 문화는 인간의 5감 중 하나인 미각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벨기에의 한국계 스타셰프인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 본인 제공.

 
나는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을 비롯한 여러 스타일의 한식을 맛보며 알찬 나흘을 보냈다.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다. 처음 접하는 식재료, 신기술, 미학, 신선한 서비스, 우아함, 구현 방식, 독특한 요리는 국제적인 푸드 저널리스트로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레스토랑 환경에서 다양한 색, 모양, 독특한 창조 기법이 조화를 이뤘다.


한식의 잠재력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한식만의 독특한 매력과 수년, 수십 년, 수 세기 동안 축적된 역사적인 유산을 잘 인지하고 활용한다면 한식은 전 세계 미식계를 흔들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셰프 '상훈 드장브르'는=벨기에 브뤼셀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레흐뒤땅'의 오너 셰프.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벨기에 부모에게 입양됐다. 2007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37살의 나이에 고국 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유럽에서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유일한 한국계 셰프로 잘 알려져 있다.
 
※ 위 기고문은 영문 번역에 기초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