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첨단기술도 공산당이 직접 챙긴다

중앙일보

입력 2023.03.09 00:01

수정 2023.03.0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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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베이징 에서 열린 전인대 회의 도중 차를 마시는 시진핑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중국이 치안 유지와 금융 감독, 첨단기술 부문을 관리하는 권한을 국무원(정부)에서 중국공산당(중공)으로 넘긴다.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본격 충돌 및 대만 통일을 대비해 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7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2023~2027년) 1차 회의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 샤오제(蕭捷) 국무원 비서장이 이번 당정 기구개혁 중 정부에 해당하는 부분인 ‘국무원기구개혁방안’을 전인대 대표 2943명에게 설명했다. 샤오 비서장은 이번 기구 개혁이 “당 중앙으로 집중되고 통일된 영도 강화를 중심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통일된 영도 강화’는 당의 핵심인 시진핑(習近平·70) 총서기의 권한 강화를 뜻한다. 시 주석은 오는 10일 열릴 전인대 세 번째 전체회의에서 2028년 3월까지 5년 임기의 국가주석에 취임한다.
 
이번 개편은 대만 유사시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견딜 수 있도록 반도체 공급망과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고 중국에서의 정보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국무원이 전담했던 치안 유지와 금융 감독 권한을 당으로 이관한다. 유사시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조달과 자금 준비를 직접 챙길 수 있도록 개편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번 개편으로 당에 ‘중앙내무공작위원회’(가칭)가 신설된다.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공안부와 간첩 적발을 책임지는 국가안전부, 호적 관리를 다루는 부서 등을 사실상 국무원에서 분리한 뒤 통합해 내무위로 이관하는 조치다. 스파이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반(反)간첩법 역시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예방을 당이 주도한다. 증권을 제외한 은행·보험·증권 감독 부문과 중앙은행의 금융지주사 감독 기능 등을 통합해 당내에 설치할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칭)에 넘긴다. 20년 만에 금융위를 부활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금융 제재를 염두에 둔 대응력 강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제재로 3조 달러가 넘는 중국 외환보유고가 동결될 경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국채 보유액을 20% 가까이 줄였고, 금 수입을 확대해 왔다.
 
각종 전문위원회도 신설된다. 당 중앙의 과학기술 업무를 통일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중앙과기위원회를 신설하는 데 이는 반도체 공급망을 당이 직접 관리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국가데이터국은 인공지능(AI) 산업의 기초 자원인 빅데이터 관리를 책임진다. 또 디지털 위안화의 정식 발행을 위해 금융 관련 데이터의 관리도 강화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이례적으로 미국을 특정해 비판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방 국가가 중국을 전방위로 억압·포위·압박해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던 엄중한 도전을 불러왔다”고 토로했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당에 속하지 않는 광대한 민간 분야, 특히 파급력에 비해 당의 통제 권한이 취약했던 금융 분야에 대한 당의 연결고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면서 “내무위의 경우 구소련 스탈린 시대의 유산인 만큼 일각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