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주류인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김 대표가 당선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졌고, 향후 국정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데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중징계 이후 장기간 리더십 공백상태였던 국민의힘은 8개월 만에 정식 지도부가 출범했다.
이번 대표 선거는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83만7236명 중 46만1313명이 투표했다. 최종 투표율(55.10%)은 역대 전당대회 최고치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친윤계 당원이 결집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대표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이뤄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해 승부를 조기에 결정지었다. 3위는 14.98%(6만9122표)를 얻은 천하람 후보였고 4위는 8.72%(4만225표)를 기록한 황교안 후보였다.
별도로 선출한 일반 최고위원에는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득표순)가 당선됐다.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예찬 후보가 당선됐다. 지도부가 범(汎)친윤계로만 꾸려지면서 윤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됐다.
반면에 이준석계인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8명의 후보 중 각각 6위와 7위를 해 당선권인 4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밀었던 천하람 후보와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낙선했다. 이준석계는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를 당선시킨 2030당원의 몰표를 기대했지만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당원 100% 투표로 이뤄진 이번 전당대회 선거에서 친윤계 지도부가 구성됐다는 점은 당원 상당수가 윤 대통령의 리더십 강화를 원했다는 뜻”이라며 “이준석계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정분열을 우려한 당원에게 최종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윤심 내세운 金…1차투표서 과반 성공
전대 레이스 도중 경쟁자들이 김 대표의 울산KTX역세권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지만 대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막판에는 안 의원이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 대표 지지 요청을 하며 선거에 개입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선엔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안 의원과 천하람 후보의 득표율 합산 수치가 38.35%에 달한다는 점에서 당 일각에서는 “비윤계가 전체 당원의 40%에 육박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김 대표가 당을 이끄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정관계 밀착…“총선 공천 논란 막는 게 숙제”
향후 ‘김기현 체제’에선 여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왜 집권여당인지, ‘내로남불’ 더불어민주당과 무엇이 다른지 국민에게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4월 22대 총선에서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공천에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 집권 중반기를 맞는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아는 인사를 공천해 당에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히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그래야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원한 여권 원로는 “대통령실이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하려고 한다면 중도층이 이반해 선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김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을 잘 설득해내면서 경쟁력 있는 인사를 공천하는 것이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첫 시험대는 차기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임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 레이스 도중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사무총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김 대표는 부인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친윤계 이철규 의원 등이 사무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직 인선에서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있는 분을 삼고초려해서 모실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폈다.
김 대표 체제에서 여야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민주당이 여당과 대통령실에 강공을 펴고 있는데 김 대표 스타일상 강하게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재명 저격수로 통했다. 총선까지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지율 상승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관행적으로 해 온 축하 논평 대신 이례적으로 김 대표 당선을 맹비난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의 당선은 국민의힘 당내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며 “이제 여당을 장악한 제왕적 대통령이 대리 대표를 허수아비로 세운 채 군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