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로 아파트 입구 막아버렸다…입주 앞둔 신월동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2023.03.08 17:45

수정 2023.03.08 17:5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 정문. 당초 지난 1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 등을 이유로 컨테이너와 차량을 동원해 입주를 막고 있다. 김원 기자

 
8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단지 문주가 있는 주 출입구가 커다란 컨테이너와 차량으로 막혀 있다. 다른 세 곳의 출입구도 마찬가지.

이 단지의 입주시작일은 지난 1일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 한 가구도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를 지은 동양건설산업이 재건축 조합(신월 4구역)과 갈등으로 입주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건설사는 입주를 한달여 남긴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조합에 74억원을 더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공사비 증액분에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한 추가분담금 규모를 제시했지만, 시공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입주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준공허가가 떨어지자 시공사는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며 아예 입구를 막고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제한하고 있다. 


이 단지 총 299가구 중 153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일부 입주예정자는 이사를 위해 거주하던 집에서 짐을 빼 모텔을 전전하고 있다. 조합 측은 건설사를 상대로 입주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이날 시공사 측의 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심문기일이 다음 주로 미뤄졌다.

유춘욱 신월 4구역 재건축 조합장은 “공사비를 증액하기 위해서는 도정법에 따라 총회를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가 일반분양자를 볼모로 잡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가 공사비 분담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시행사)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더해지면서 시공사의 공사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당초 계약 금액에서 크게 증가한 추가 분담금 명세표를 받아든 조합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재건축 조합에 미수금 지급과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에게 입주 키를 주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조합이 합의한 도급계약 규모는 총 1662억원인데, 이중 공사비 903억원이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미수금 해결과 도급금액 변경을 위한 관리처분 변경 실시를 요청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903억원 미입금에 따른 연체 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 670억원 증액 요구를 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조합에 공사비 지급을 얘기했지만, 입주가 다가오는데도 답이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사업장. 김영주 기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당초 도급 계약서상 공사비는 1조1277억원이다. 지난해 8월 삼성물산은 조합이 요구한 설계 변경과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 등의 이유를 들어 1560억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해줄 것을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재건축 조합에 “2개월 공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인근 신반포 메이플자이도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이 수개월째 공사비 협상을 벌여 최근 공사비 증액과 공기 연장에 잠정 합의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 힐스테이트는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반년 넘게 착공을 못 하다가 최근에서야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었고,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물가상승분 외에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 많았다”며 “이 시기 공사를 진행한 현장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라 앞으로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분쟁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제도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로써는 도급계약서대로 진행하거나 시공사와 시행주체 간 원만한 합의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계약 주체 간 민사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민사 중재 기구 등을 통해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