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35곳 지방의료원 절반이 강진의료원처럼 일부 진료 과목 의사를 구하지 못해 휴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료원은 각 지방에서 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맡는데,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려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사 부족 심각…필수과 진료도 불안
대구·목포·안동·강진 등이 가장 많은 4개 진료과목을 휴진하고 있다. 안동의료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에 봉직의 1명이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뒤 나갔다”라며 “구인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아 2020년 12월 말 이후 휴진 중인 상태”라고 했다. 신장내과 전문의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공석이다. 인공신장실을 운영하지 못해 투석 환자를 볼 수 없다. 외과도 위태롭다. 의료원 관계자는 “공보의가 대체하고 있다”라며 “다른 과도 의료진이 언제 그만둘지 몰라 늘 불안하다”라고 했다. 이비인후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 등 3곳 문을 닫고 있는 충주의료원 측은 “연간 의사 공고료만 700만~800만원이 나온다”라면서 “365일 공고를 하는데 의사들이 오지 않으려 해 답답하다”고 했다. 순천의료원은 지난해 10월 외과 의사를 겨우 뽑았는데 4개월 만에 그만뒀다. 환자가 오면 일단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보되 수술이 필요하면 환자에 타병원으로 옮겨가도록 안내한다.
공보의 중심 진료도
최근 연봉 4억원대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어 화제가 된 속초의료원처럼 마냥 몸값을 올려 채용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속초는 다급하니 그랬겠지만 공공병원은 정보가 다 공개돼 있어 특정 의사만 월급을 두배, 세배 줄 수 없다”라고 했다. 설사 그렇게 뽑는다 해도 경영 악화 등의 문제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의료원들 설명이다.
아무리 페이가 높아도 열악한 정주 여건, 높은 근무 강도 등이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경상북도 한 지방의료원의 30대 공보의는 “페이가 아무리 높아도 배우자의 직업을 포기하고 자녀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감수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이 공보의는 “여기 있는 전문의는 두 부류”라며 “아예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골 생활을 누리고 싶은 나이 많은 의사, 아니면 주말 부부하는 젊은 의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주거래 은행 지점, 휴대폰 AS센터가 없어 인근 다른 지역을 찾아야 할 만큼 지방 생활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전공의 부족으로 1,2명의 전문의에 업무 부담이 쏠리는 것도 문제다.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은 “군 단위 의료원은 정거장 같다”라며 “머물다가도 조건이 맞으면 다른 도시로 금방 옮기기 때문에 의사를 채용하는 데 항상 어려움이 많다”라고 했다.
수도권 의료원도 어려움…간호직 이탈도 심해
서울의료원의 경우 의사 구인에는 문제가 없지만 간호직 이탈로 총 655개 허가 병상 중 200병동을 못 열고 있다. 코로나19 때 민간 간호사와의 임금 격차 현실이 드러나면서 베테랑인 중견급 간호사가 많이 떠났다는 게 의료원 설명이다.
김원이 의원은 “지방의료원은 지역 주민을 비롯해 의료급여환자 등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사 양성이 불가능해 의료 공백이 더욱 심각하다. 의대를 신설하고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회복도 더뎌…병상 절반도 가동 못해
조승연 의료원장은 “메르스 때를 고려하면 회복에 4, 5년 걸릴 것이란 예상도 있는데 정부의 대책이 없다”라며 “공공병원은 민간처럼 구조조정을 할 수도 없고 전쟁이 없어도 동원할 군대를 늘 갖춰야 한다. 의료원들의 정상 운영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