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등반하고도 그날 서울로 돌아갈 수 있어 제주행 여객선을 자주 탑니다.”
지난달 8일 오후 11시30분 전남 목포항. 등산복을 입은 정운천(53·서울시)씨가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정씨가 승선한 퀸제누비아호는 이튿날 오전 1시 목포항을 출항해 오전 5시 제주항에 도착했다.
정씨는 “한라산 등반을 좋아해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제주를 찾곤 한다”며 “평일에도 퇴근 후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에 들어갔다가 이튿날 밤엔 서울 집에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객실, 편안”…자가용 선호도 높아
승객들은 “가족별로 객실에서 잘 수 있어 편안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는 가족실을 비롯해 특급호텔급 스위트룸이나 비즈니스룸이 갖춰져 있어서다. 승객은 크루즈 여행처럼 승선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제주에서 차를 빌리는 대신 승용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 여행객도 있었다.
가족용 객실을 쓰지 않은 승객 중에는 등산복이나 자전거 복장도 눈에 띄었다. 미리 한라산 등반 예약을 했거나 자전거를 타고 ‘올레길 라이딩’을 하는 승객이다. 이들은 “잠은 배에서 자고 새벽부터 등산이나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게 여객선 여행의 묘미”라고 했다.
제주 뱃길, 9년 만에 200만명 돌파
해수부는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여객선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진 것으로 본다. 제주 뱃길 이용객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142만 명대에서 2020년 101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21년 131만 명대로 회복세를 보인 뒤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정부 거리두기 해제 등 여파로 1년 전보다 52%(69만 명) 늘었다. 현재 제주에는 목포를 비롯해 인천·부산·여수 등 9개 항로, 여객선 12척이 운항 중이다.
제주~목포, 작년 74만명 59% 급증
무박2일 여행은 고속열차나 고속버스 등과 연계한 여정이다. 예컨대 전날 오후 8시 이후 용산에서 KTX 등을 타고 목포로 간 뒤 이튿날 오후 10시 이후 목포에서 SRT 등을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초단기 제주여행이 늘어나면서 선사별로 패키지 프로그램 내놓기도 한다. 매달 한라산 등반이나 올레 트레킹을 하려는 여객선 승객을 단체로 모집하는 게 대표적이다. 씨월드고속훼리㈜ 정운곤 총괄상무는 “승객 눈높이에 맞춰 고급화된 룸부터 펫 전용 룸까지 두루 갖춰가고 있다”며 “여객선도 항공기 못지않다는 만족감과 차량을 싣고 갈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부각되면서 재이용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주 렌터카는 바가지?…내 차 타고 간다
제주 지역 렌터카 업계는 가격이 급등해 고가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엔 극성수기(7~8월) 때 중형 승용차(2000cc급) 렌터카 비용이 하루 17만~21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성수기 때(10만 원선)보다 배가량 뛴 가격이다.
육지서 1시간30분이면 제주 도착
수도권인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유일한 여객선도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12월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지난해 4만5062명을 실어 날랐다. ‘실버클라우드호’ 등 두 대가 운항 중인 전남 완도~제주 뱃길은 지난해 47만 명이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