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 지수’ 살펴보니…
금융허브서 밀려나면 세계의 변방 전락
우리나라의 얼굴인 서울과 제2 도시 부산의 최신 좌표축은 어떠할까. 금융 중심지(허브) 경쟁력부터 짚어보자. 영국 싱크탱크 지옌(Z/Yen)이 2007년부터 3월과 9월에 내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금융허브 도시 경쟁력의 대표적 잣대다. 비즈니스 환경, 인적 자본, 인프라, 금융부문 발전, 평판의 5개 분야를 점수화해 도시 순위를 매긴다.
지난해 9월의 GFCI를 보면 서울은 11위, 부산은 29위였다. 톱10은 뉴욕·런던·싱가포르·홍콩·샌프란시스코·상하이·로스앤젤레스·베이징·선전·파리 순이다. 미·중 도시 각 3곳(홍콩 제외)이 톱10에 든 것은 지난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미·중 경쟁은 금융허브의 창(窓)에서도 선명하다.
서울 금융허브 지수 13→12→11위
부산 20위권대 진입, 오사카 넘어
스마트지수에선 둘 다 중·일 추월
수도권 일극 극복할 가능성 보여줘
부산 20위권대 진입, 오사카 넘어
스마트지수에선 둘 다 중·일 추월
수도권 일극 극복할 가능성 보여줘
서울의 최근 10년간 GFCI를 보면 기복이 심하다. 2012년 3월~2015년 9월은 전성기였다. 8회 연속 톱10(6~10위)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5~7위인 도쿄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나 2016년엔 10위권대, 2017년엔 20위권대로 밀려났다. 중국 도시와의 역전 기점은 2017년 3월이고, 그 이래 서울은 상하이와 베이징을 제친 적이 없다.
급기야 서울은 2018년 9월~2020년 3월 4회 연속 30위권대로 추락했다. 2003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에서 밝힌 ‘2020년 아시아 3대 금융 허브’ 목표는 산산조각이 났다. 2021년 3월 이후 16→13→12→11위로 다시 상승 기류를 탄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의 들쭉날쭉한 금융허브 순위는 그동안 중앙 정부와 서울시 정책 기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금융허브의 주변으로 밀려나면 세계의 변방으로 전락한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살면서 일하고 싶은 곳’ 부산이 서울 제쳐
지난해 9월 GFCI 보고서엔 서울과 부산에 다른 굿 뉴스도 적잖다. 서울은 5개 평가 부문 중 금융부문 발전에서 4위, 인적 자본과 인프라에서 각각 5위였다. 향후 2~3년 가장 중요해질 금융센터를 묻는 설문에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살면서 일하고 싶은 도시 설문에선 부산이 7위, 서울이 15위였다. 부산은 핀테크 지수에선 GFCI 순위보다 10계단 높은 19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14위였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전은 글로벌 도시 부산을 발신할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10년의 GFCI 지형도를 보면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상하이는 2017년 9월 이후 3~6위, 베이징은 2018년 9월 이후 6~9위로 톱10을 놓친 적이 없다. 중국 개혁·개방의 또 다른 발상지인 선전도 만만찮다. 지난해 9월 9위였고, 상하이·베이징·선전이 모두 톱10에 든 것은 지금까지 모두 5회다. 여기에 중국의 자금 조달 현관인 홍콩이 가세한다. 홍콩은 2020년 국가안전법 제정, 정정(政情) 불안으로 약 10년간의 3~4위 고정석에서 6위까지 밀려났다가 다시 옛 위상을 회복했다. 스멀스멀 중국화하는 홍콩이 계속 톱5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도쿄 톱10서 첫 탈락, 파리 10위 입성
서울과 부산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세 차례 낸 스마트도시지수(SCI) 순위도 상승세다. IMD는 국가경쟁력 평가로 정평 나 있다. SCI 순위 도출은 다소 복잡하다. 세계 118개 도시를 대상으로 보건과 안전, 모빌리티, 활동(야외·문화 등), 기회(일자리·학교), 거버넌스의 개선에 관한 주민 설문조사와 이 5개 분야 기술 수준 평가를 ‘삶의 질’ 지표인 유엔 인간개발지수(HDI)와 접목한다.
서울은 2019과 2020년 모두 47위였지만 2021년 13위로 뛰어올랐다. 부산도 오름세로, 50→46→37위를 기록했다. 아르투로 브리스 IMD 국가경쟁력센터장은 “서울의 기술은 최고 수준인데 시민들이 그 혜택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부산은 시민들 삶의 질은 높은 데 비해 기술 수준은 서울만큼 좋지 않다”고 풀이했다(2021년 11월 서울시·중앙일보 주최 세미나).
스마트지수, 중소 도시가 상위권 포진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의 글로벌도시지수(GCI)는 어떠할까. 이 지수는 비즈니스 활동(30%), 인적 자본(30%), 정보 교환(15%), 문화 경험(15%), 정치 참여(10%)의 5개 영역을 평가한다. 서울은 2012년 8위를 기록한 이래 10위권대로 밀려나 하향 곡선을 그리다 지난해 13위를 기록했다. 부산은 대상에 없다. 2012~22년의 톱30을 보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10년 중 9년의 1~4위가 뉴욕·런던·파리·도쿄 순이었다. 지난해 동아시아만 보면 도쿄와 서울 사이에 베이징(5위), 싱가포르(9위), 홍콩(10위)이 포진했다.
GCI의 자매 지수인 글로벌도시전망(GCO)의 경우 서울의 순위는 더 낮다. 2015년 10위였다가 2018~22년 45→44→42→31→36위다. 지난해 GCO 톱30에 든 동아시아 도시는 타이베이(14위), 선전(15위), 싱가포르(20위), 도쿄(25위), 광저우(26위), 베이징(27위), 상하이(30위)이다. GCO는 개인 웰빙, 경제, 혁신, 거버넌스의 4개 영역을 25%씩의 비중으로 평가한다. 커니의 GCI·GCO에서도 중국의 추격세는 두드러진다.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세계도시종합력지수(GPCI) 순위에서 서울은 톱10이다. 2013~22년 6위~8위를 오가다 지난해 7위를 기록했다. 부산은 대상에 없다. 이 기간 톱5를 보면 런던·뉴욕은 줄곧 1, 2위였고, 도쿄·파리는 3, 4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고, 싱가포르는 계속 5위였다. 지난해 상하이는 10위, 베이징은 17위였다. GPCI는 경제, 연구개발, 문화·교류, 거주, 환경, 교통·접근성의 6개 항목을 평가해 순위를 정한다.
매력 도시 없는 매력 국가 없어
도시의 국제경쟁력 지수에서 서울과 부산이 상승세로 돌아선 점은 반가운 일이다. 두 도시의 경쟁력 강화는 정권이나 지방 권력의 교체와 무관해야 한다. 선도적 매력 도시 없는 매력 국가는 상상하기 어렵다. 국가 과제인 지역 균형발전 전략은 두 국제도시의 강점은 살려 나가면서 추진하는 ‘플러스 섬(plus sum)’ 사고가 긴요하다. 일본은 수도권 일극 해소를 당면 과제로 삼으면서도 도쿄의 국제도시 입지 강화와 지방 창생의 양립을 꾀하고 있다.
부산이 금융허브·스마트시티 측면에서 존재감을 넓혀나가는 것도 주목된다. 수도권 패권의 국토에 새로운 거점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구 감소시대의 균형발전 비전은 결국 다극집중(多極集中)의 네 글자로 집약된다. 권역별로 특화산업을 갖춘 매력 도시가 넘쳐나고, 각 도시는 인프라를 압축하면서 이웃 도시와 연결할 때 국가경쟁력과 균형발전의 새 지평은 열린다. 지방은 내수형 행정, 이벤트 정치의 구태부터 깨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