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팬덤 넘은 폭력…개딸, 미국 체류 이낙연까지 겨눴다

중앙일보

입력 2023.03.03 00:14

수정 2023.03.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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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 추방’하겠다고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는 2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의 경쟁자다. 대선 패배 석 달 뒤인 지난해 6월 7일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 그런 그에게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민주당 이탈표 37명의 배후라는 죄명을 씌워 아예 민주당에서 영구 제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개딸들의 행태는 “민주당에 이재명 외에 다른 지도자는 필요없으니 쫓아내겠다”는 의도부터 노골적이다. 그래서 ‘팬덤 정치를 넘은 폭력’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번에 이낙연 전 대표를 민주당에서 영구 제명해야 됩니다”는 청원에 2일 오후 10시 기준 권리당원 4만7000여 명이 동의했다. 5만 명이 동의하면 당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이 대표의 체포안 표결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올라왔다. “지난 대선 때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 놓고 이재명 대표님께 사과도 하지 않고 미국으로 냅다 도망쳤다. 검사들에게 민주당 문을 활짝 열어준 장본인”이란 게 청원의 취지다.
 
이 전 대표 영구 제명안(2위)까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당·징계, ‘대선 출마 1년 전 대표 사임’ 당헌 예외 규정, 체포안 찬성 의원 명단 공개 등 상위 1~4위를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올린 청원이 차지했다. 차기 대선까지 이 대표 앞 걸림돌은 모두 치우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개딸 영향력 강화 추진 “전대서 권리당원 반영 확대”

 
권리당원 게시판도 마찬가지다. 한 권리당원은 “이낙연과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파는 당원이 개·돼지로 보이냐”고 적었다. 이 전 대표를 비하하는 ‘낙지’ 표현을 들어 “한 줌 낙지 패거리는 나가라”는 글도 있었다.
 
이들이 이 전 대표에게 화살을 겨눈 표면적 이유는 이낙연계 의원들이 체포안 반란표를 주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경기 지역 이낙연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전 대표가 표결 직전 미국 현지 대학 특강을 하며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며 아예 정치 복귀의 싹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도 담았다. 일부 강경파는 “이낙연 캠프가 2021년 대선 경선 때 대장동 의혹을 공론화한 시발점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는 대선 패배는 물론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초래한 ‘원흉’”이라며 복수심까지 표출한다.
 
한 이낙연계 의원은 “뭐만 잘못되면 전부 이낙연 책임으로 돌리는 이 당의 분위기가 정상이냐”며 “자꾸 계파로 갈라치기하는 게 당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나치 시대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했는데, 민주당에 이런 정치문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공개 발언을 하지 않으며 침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안호영 대변인을 통해 “의원들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의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짧은 입장만 냈을 뿐이다.
 
외려 친명계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을 부추겼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며 “의원들이 배신한 것인데, 배신을 확인하는 과정은 당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혁신위(위원장 친명 장경태 의원)는 개딸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혁신안까지 마련했다. 당 지도부 선출에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40% → 50%로 확대하고 대의원 비율은 30% → 20%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국회의원 평가에 당무 기여 활동 항목을 신설해 내년 총선 공천에 개딸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도록 했다. 의원평가 하위 30% 이하에 대한 페널티도 강화해 “현역 물갈이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법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는 3일 또다시 결집한다. 이들은 이 대표 출석 시점에 맞춰 법원 정문 앞에서 ‘WITH 이재명’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일부 친명 성향의 유튜버들은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예고했다.
 
개딸들의 위세에 눌려 비명계도 숨죽이자 오히려 여당에서 비판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딸 홍위병들의 행태는 우리 헌정 사상 유례없는 유형의 폭력”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