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B씨는 퇴사가 잦았다. 직장을 1년 이상 다니지 못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직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퇴사가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3개월 전, 주변의 권유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갔다가 자신이 ADHD를 앓고 있음을 알게 됐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이 이어지다 보니 업무 성과가 나올 수 없었고 그 여파로 불안 장애까지 얻었던 것이다. B씨는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당장 나를 둘러싼 상황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병을 알게 됐으니 의기소침함과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성인 ADHD 급증…“청소년기에 증상 있었을 것”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의학 교수는 “5년 전부터 20대 환자가 확실히 많이 늘었고 최근에는 50대 환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DH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했고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부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인의 진단이 늘어난 것에 대해선 “성인이 된 후 해당 증상이 생긴 게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기에 증상이 분명 있었는데 진단을 못 받은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DHD가 발생하는 원인을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되며 과도하게 중독적인 물질이나 행동에 노출되는 등 환경적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졸업신청 까먹고 휴대전화 자주 분실”
이해국 교수는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변에서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지적하고 혼내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불안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생겨 성인이 돼도 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로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시기에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는 게 예방책이 될 수 있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생활 습관 변화 노력을 통해서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HD 치료는 약물 복용을 통해 이뤄진다. 이해국 교수는 “보통 전두엽에서 도파민의 활동성을 증가시키는 정신자극제를 복용한다. 결과적으로 전두엽에서 도파민과 관련된 회로의 활성을 높여줘서 주의력이나 집중력을 높여주게 된다. 이와 더불어 계획표를 세우거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등의 인지행동 치료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