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는 고용시장 뜨겁다는데…현장서는 “진정 조짐”

중앙일보

입력 2023.03.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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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딕스 수퍼마켓 등 매장에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미 정부의 입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진정 조짐이 나타났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용시장 활황은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는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목해온 요소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고용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민간 업체가 집계한 구인 공고 수치가 미 노동부 발표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근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보다 57%가량 늘었다. 이에 비해 집리크루터가 집계한 12월 기업들의 채용 공고 건수는 팬데믹 전보다 26.7% 많은 수준이다. 리크루트홀딩스의 자회사 인디드의 집계치도 45.9%로, 집리크루터 통계보다는 높지만 노동부 수치보다는 적다. 또 지난 1월의 구인 건수는 전월보다 더 하락했다는 게 두 업체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언 시겔 집리크루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분명히 거시 경제가 둔화하는 시기에 있고 온라인 리쿠르팅 열기도 미 전역에서 식고 있다”며 “구직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외에 전미자영업연맹(NFIB), 리서치회사 링크업 등 다른 민간 데이터도 미 노동부의 구인 건수 통계보다 더 감소세를 보였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기업들이 체감하는 구인난이 개선되고 있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얌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지원자의 서류 접수가 늘고 있고, 각 지역 매장의 영업시간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얌브랜즈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KFC와 타코벨 등이 속해있고, 팬데믹 동안 직원 부족 등으로 매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이다. 다만 FT는 항공기 파일럿 등 전문직 노동자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구인난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시장의 과열이 실제로 식고 있다면 긴축 고삐를 쥔 Fed는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최근 미 경제지표가 잇따라 예상 밖 강세를 보이면서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렸다. 그 근거 중 하나가 54년 만에 최저치인 실업률(3.4%)이다.
 
일각에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고용 지표의 정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지표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로는 통계상의 한계가 꼽힌다. 노동부 지표의 표본 규모가 작은 데다가 응답률까지 떨어지고 있어서다. 노동부 설문 응답률은 2020년 2월 56.4%에서 지난해 9월 30.6%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