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마지막 날 행사장에 가보니 각종 부스마다 사람들로 꽉 찼는데, 흥미로웠던 건 필기구와 수첩(노트)을 파는 매장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 노트와 볼펜을 산다? 그것도 매장 안에서 열심히 제품을 고르는 이들은 대부분 ‘엄지족’(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작성할 때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신세대)이었다. 휴대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사는 MZ세대 중에 ‘다꾸족’(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마도 이들은 ‘캘박’의 묘미를 아는 이들일 것이다. ‘캘박’이란 캘린더 박제의 줄임말로 중요한 일정과 약속을 캘린더에 저장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확실히 ‘캘박’하기엔 아날로그 필기구만의 멋과 묘미가 있다. 꼭 기억해야 할 날짜에 빨간 밑줄을 치고 별표를 여러 개 그려 넣으면서 설렘을 키우고, 약속이 무사히 지나가면 그 위에 동그라미를 치고 안도하며 그때를 추억하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