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세종연 이사장 사의…외교부는 연구소 ‘위탁교육비’ 의혹 감사

중앙일보

입력 2023.03.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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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외교부 등록 국가정책연구재단인 세종연구소(세종연)의 문정인(사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문 이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 출신이다. 세종연은 매년 5억~10억원의 예산을 빼돌린 의혹으로 최근 외교부의 감사를 받고 있었다.
 
28일 세종연에 따르면 문 이사장은 전날 세종연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종연은 곧 이사회를 열어 문 이사장의 사임을 의결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최근 1주일간 세종연의 교육 비용 추계 방식과 회계자료 등을 제출받아 위탁교육 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단순한 회계 처리상 오류가 아닌 불법적인 예산 전용으로 드러날 경우 이사장·소장 등 책임자에 대한 형사 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
 
외교부는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세종연의 국가전략연구과정(1년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의 수강 비용은 1인당 1900만원으로, 매년 100명 안팎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수강한다. 약 19억원의 수강료에 더해 외교부가 지원하는 간접비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20억~22억원 수준이다.


외교부는 국가전략연구과정 예산 중 불용 예산이 매년 5억~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연은 수강 비용을 현실화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예산을 남겨 이를 PC 구입과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종연 측은 예산 전용은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위탁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선 외부 강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는 인건비와 교재비 외에도 매년 수억원 규모의 간접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연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주까지 두 차례나 이례적인 감사가 이뤄졌다”며 “특히 세종연구소 연구용역이 상당수 끊기는 등 직간접적 압박이 이어지며 연구소의 미래를 위해선 본인(문 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이번 감사를 전임 정부 때 임명된 이사장을 물갈이하기 위한 ‘표적 감사’로 보는 시선도 있다. 문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등 안보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2021년 1월 세종연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외교부는 또 지난해 12월 국립외교원에 대한 별도 감사를 통해 홍현익 원장 등 일부 소속 교수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외부활동 신고 누락 등을 적발하고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홍 원장은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관 운영과 관리 소홀 책임 등으로 일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