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산 탄약 수입 거듭 타진…군 "수출 협상 진행 중"

중앙일보

입력 2023.02.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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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해에 이어 최근까지도 한국산 포탄 수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에 1년 동안 포탄을 지원하면서 자국의 포탄 재고량이 부족해지자 이를 한국산 포탄으로 메우려는 의도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해 6월 동부 도네츠크 지역 전선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M777 곡사포를 발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업체와 미 국방부 간 탄약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황을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수입하려는 무기는 155㎜ 포탄으로 보인다. 이 구경의 포탄은 서방권에선 포병의 기본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포탄을 받아 매일 수백에서 수천 발을 소모한다고 한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의 포탄 제작 속도가 전장의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며 “미국 내 탄약 비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155㎜ 포탄 재고 물량을 한국산으로 채우려 한다는 얘기는 지난해에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곡사포 포탄 10만 발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에서 155㎜ 포탄을 만드는 업체로는 풍산이 대표적이다. 올해 1월에는 주한미군도 본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2016년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병대원들이 M777A2 155㎜ 곡사포를 쏘고 있다. 미 해병대

 
그러나 국방부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올 때마다 수출 협의는 인정하면서도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군수품을 지원하되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도 했다. 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해 지난 정부 때부터 내세워 온 방침이다. 미국과 수출 협의는 개별 업체가 하지만 최종사용자에 대한 승인, 심사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
 
현재 추가 수출 분량을 놓고서 한국 업체와 미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군 안팎에선 지난해 10만 발에 이어 추가로 수십만 발이 더 미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전제로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산 탄을 수입한 후 원래 갖고 있던 탄이나 자국 생산분을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돌리는 건 한국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금까진 미국이 자국에 비축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주고, 재고를 한국에서 수입해 채워왔다”며 “미국도 이제 비축분이 모자라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