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종연에 따르면 문 이사장은 27일 세종연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종연은 곧 이사회를 열어 문 이사장의 사임을 의결할 계획이다. 세종연 관계자는 "문 이사장이 그만 둔 이유는 세종연이 최근 외교부로부터 예산 유용에 대한 감사를 받게 된 여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종연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주까지 두 차례나 이례적인 감사가 이뤄졌다"며 "특히 세종연구소 연구 용역이 상당수 끊기는 등 직·간접적 압박이 이어지며 연구소의 미래를 위해선 본인이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좋겠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근 1주일간 세종연의 교육비용 추계 방식과 회계자료 등을 제출받아 위탁교육 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단순한 회계 처리상의 오류가 아닌 불법적인 예산 전용으로 드러날 경우 이사장과 소장 등 책임자에 대한 형사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타깃은 세종연구소 '국가전략연구과정'
국가전략연구과정 수강 비용은 1인당 1900만원으로, 매년 100명 안팎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수강한다. 약 19억원의 수강료에 더해 외교부가 지원하는 간접비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20억~22억원 수준이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국가전략연구과정 참가 비용의 경우 인사혁신처가 일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수강생의 소속 부처·기관이 개별적으로 세종연구소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돈이었다”며 “연구소 자체가 민간 싱크탱크인 탓에 외교부 등의 관리·감독이 소홀했고, 수강생을 보내는 개별 부처·기관의 경우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소액인 탓에 비용 처리 문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5억~10억원 규모의 예산을 전용하는 불법이 관행처럼 굳었다”고 말했다.
"재산세·공과금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
세종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전략연구과정 강사는 163명으로, 지급된 인건비는 7470만원 규모다. 전체 예산의 3% 수준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매년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해외 교육에 숙박료와 항공권 비용이 소요되고, 이들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세종연구소 건물을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도 상당하다고 한다.
물갈이 위한 '표적 감사' 시선도
당시 정부는 "낙점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문 이사장을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종연구소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외풍을 탄다는 인식이 강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이사장과 소장 등을 임명하면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전직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보수-진보에 관계없이 새 정부 출범 후 외교부는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을 사실상의 산하 기관처럼 인식했고, 정부 기조에 100% 동조하고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만을 원했다”며 “그 결과 세종연은 싱크탱크로서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외교부, 文정부 때 임명된 홍현익 감사
현재 홍 원장은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관 운영과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책임과 관련 일부 업무에서 이미 배제된 상태다. 외교가에선 홍 원장에 대해선 면직 제청 등 사실상의 해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말인 2021년 8월에 임용돼 현재 임기를 6개월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