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고문은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고문은 예전 ‘무대계’라고 불렸던 세력을 일정부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가 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70여명이 참여한 ‘더 좋은 세상으로’(일명 마포포럼) 공동대표다. 김 후보는 지난 1월 26일 마포포럼 정례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이에 앞서 김 고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오시라”고 권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고문이 지금도 김 후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김 고문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2020년 말 김 고문은 안 후보에게 직접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고, 이에 안 후보가 화답했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도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김 고문이 애썼다”는 게 김 고문측 설명이다.
이랬던 김 고문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안 후보 대신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며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안정을 원하는 김 고문이 이번 국면에서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에 친이계의 좌장이라 불렸던 이재오 고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안 후보를 돕고 있다. 이 고문은 지난 26일 안 후보 캠프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안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표를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를 내놓는 게 참 쉽지 않다”며 “제일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안철수 같은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추켜세웠다.
이 고문은 당초 친이계에 속하는 김기현 후보와 가까웠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 김 후보는 이 고문이 주도했던 당내 모임 ‘함께 내일로’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8·15 특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빠지자 이 고문이 윤 대통령에게 많이 서운해했다”며 “친윤계 지지를 받는 김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고문은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해 “정치권과 검찰 문화는 다르다.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등 쓴소리를 하고 있다.
과거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도 26일 안 후보 측 행사에 참석해 “안 후보가 밝혀온 노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우리 국민의힘에 이념이 꼭 들어맞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동생 서범수 의원과 함께 비윤계로 꼽힌다.
영남권 초선 의원은 “김무성 고문은 물밑에서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내세우는 반면, 이재오 고문과 서병수 의원은 전면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여권 원로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