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글로벌 아이] 케임브리지 대학생의 ‘비건’ 선언

중앙일보

입력 2023.02.28 00:4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옥스퍼드와 함께 영국 지성의 양대 산맥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최근 먹거리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지난주 대학 학생회가 실시한 투표에서 대의원들의 압도적인(72%) 찬성으로 캠퍼스 내 모든 식당을 식물성 식자재만 사용하는 비건(vegan) 업소로 바꾸자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학생회는 이번 결정이 기후 변화와 생명 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과감한 전환을 위해 대학 당국과 본격적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육류는 물론 우유·달걀 같은 모든 동물 유래 식재료가 케임브리지 대학 식당에서 완전히 사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들이 대학 내 식당에서 모든 육류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후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Plant-Based Universities]

케임브리지 대학의 먹거리 관련 ‘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6년 소고기와 양고기가 모든 대학 내 식당에서 추방된 바 있다. 소위 되새김(ruminant) 동물 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영국인 한 명의 연간 평균 육류 소비는 82㎏으로 세계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하는 데다 소고기와 양고기는 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육류다. 옥스퍼드 대학도 이미 3년 전 같은 결정을 내렸고, 그에 따른 논쟁과 반발이 이어졌다.
 
영국 대학들의 이러한 비건 전환 움직임은 ‘식물기반 대학’(Plant-Based Universities)이라는 전국 학생단체가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오는 2024년까지 영국 대학이 제공하는 모든 메뉴에서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자는 담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환경 파괴를 막는 연구에 앞장선 대학 지성인들이 더 이상 먹거리가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에 네덜란드와 호주 학생들도 동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축·수산업과 낙농업이 배출하는 지구 온난화 가스가 자동차·항공·철도 등 운송업 전체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구 인구가 1% 많아질 때마다 축산업의 동물 개체 수가 2%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저명한 비영리 민간 환경 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가 주창한 한 문구가 떠오른다. “단 하나의 육류 요리를 식물 기반으로 대체하면 당신의 휴대전화를 2년간 충전할 때 배출되는 지구온난화 가스를 줄일 수 있다.”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