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索道·케이블카의 법령상 명칭)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상부정류장 규모 축소 등 몇 가지 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한 것이다.
윤 대통령, 대선 때 ‘케이블카 설치’ 공약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양양군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환경영향을 줄이는 방안 등이 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무인센서카메라를 이용한 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한 산양 등 법정보호종 서식 현황, 앞서 (평가서에) 누락됐던 공사 작업로와 헬기 이·착륙장 등 일시 훼손지 식물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이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부정류장 위치를 해발고도 1480m 지점에서 1430m 지점으로 낮춰 기존 탐방로와 거리를 더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강원도는 이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통과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케이블카는 원래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기 위한 친환경 개발사업이다. 설악산 환경은 강원도에서 먼저 챙길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앞으로 남아 있는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아 연내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준화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장은 “지난 40여 년간 양양군민과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국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환경부는 파렴치한 집단”이라며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그림 국민행동 대표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케이블카 설치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오색케이블카를 허가한 환경부는 환경파괴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분별한 국립공원 개발 우려” 지적 나와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정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의 빗장이 풀렸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산악 케이블카는 꾸준히 설치·운영됐지만, 국립공원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사업에 제동이 걸려왔다. 육상 국립공원에 마지막으로 설치된 케이블카는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에서 덕유산 설천봉을 잇는 케이블카로 1989년 허가돼 1997년부터 운영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공사를 마치고 예정대로 2026년부터 운영을 시작하면 21세기 첫 육상국립공원 케이블카가 되는 것이다.
현재 북한산과 지리산, 속리산 등 주요 국립공원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환경부와의 마찰 등으로 중단된 상태다.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전국적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는 “설악산이 됐는데 우리 지역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에 대해 환경부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환경부 결정은) 전국 국립공원에서 추진 중인 개발사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