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락을 이끈 건 기관투자자(4199억원)와 외국인 투자자(3215억원)의 동반 ‘팔자’ 행진이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41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6756억원 순매수했다.
시가총액(시총) 상위 종목도 일제히 하락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포함) 중 기아(0.93%)와 네이버(0% 보합)를 제외한 8종목이 하락했다. LG화학(-1.79%)의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주가도 1% 이상 내렸다.
이날 채권과 원화값도 동반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28%포인트 상승한(채권값 하락) 연 3.68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 2일(연 3.782%) 이후 두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달러 강세에 원화값도 단숨에 달러당 1320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원화가치는 달러당 1323원으로 하루 사이 18.2원 급락했다. '1달러=1320원' 선이 깨진 건 지난해 12월 7일(달러당 1321.7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 24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4% 상승하며 전달(5.3%)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물가 상승률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4% 오르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반면 고용 지표는 '깜짝 호조'를 보였다.
인플레 압력은 크게 둔화하지 않고, 물가를 부추길 수 있는 고용 시장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이 기대하는 'Fed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잇따라 Fed가 오는 6월까지 3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츠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더 확고한 인플레이션에 Fed가 올해 상반기 남은 세 차례(3월·5월·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달 2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도 커지고 있다.
27일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27.7%로 한 달 전 제로(0%)에서 크게 뛰었다. 현재 Fed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택할 확률은 72.3%다.
실제로 지난 20일부터 27일(오후 3시 30분 기준)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조937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동안 달러당 원화가치는 28.5원 하락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입장에선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대보다 더 밀리면 올해 주가 상승분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매수가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물가가 들썩이자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도 비로소 긴축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달러 강세에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국내 증시도 한동안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음 달 FOMC가 열리지 전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