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이뤄졌다. 국민적 반감이 큰 학폭의 폭발력이 가장 큰 이유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특히 정 변호사의 ‘학폭 소송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임명 취소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 변호사가 현직 검사 시절 학폭 소송전을 벌였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피해자가 버젓이 있는데, 어찌 검사라는 공직자가 대법원까지 소송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성토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2018년 3월 자녀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뒤, 강제전학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하려 재심 청구는 물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행정소송을 벌였고 모두 패소했다. 정 변호사의 자녀는 2019년 2월에야 전학 갔다. 이듬해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
그럼에도 과거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정 변호사 자녀의 학폭 이력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은 여권에 뼈아픈 부분이다. 대통령실은 우선 검증 질문지에 자녀의 학폭 내용을 추가하고 질문을 세분화해 공직 후보자의 자의적 답변을 막으려 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후보자가 빠져나가기 어려울 만큼 질문지를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증 과정에서 세평 수집을 강화하고, 후보자의 제출 자료를 자녀 부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엔 신중한 분위기다. 민간인 사찰 논란 등 불법 소지가 있어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법적 테두리 내의 검증을 철칙으로 강조해왔다”며 “사전 검증을 얼마나 강화할지는 추가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