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 기관이 소장한 백자 34점도 나와
리움미술관이 조선백자 185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28일 개막한다. 이 미술관이 2004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도자기를 주제로 여는 특별전으로, 일본 각 기관이 소장한 백자 34점도 함께 선보인다.
이준광 리움 책임연구원은 “500여 년에 걸쳐 각 지역에서 제작된 백자에서 조선 사회가 고수하던 가치는 물론 조선 사람들이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여겼던 군자(君子)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며 “조선백자 전체를 조망해 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4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1부 전시장은 ‘명품 중 명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15세기 청화백자 중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백자청화 매죽문 호’(국보)도 여기서 볼 수 있다. 균형감이 빼어난 몸체에 매화와 대나무 무늬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봉긋한 연꽃 봉오리 모양의 꼭지가 달린 ‘백자청화 매조죽문 호’(국보)는 품격을 추구한 15세기 왕실과 사대부 취향을 잘 보여준다.
2~4부에선 제작 기법과 지역에 따라 흰 바탕에 푸른색 안료를 쓴 청화백자, 철 안료의 철화백자, 동 안료의 동화백자와 순백자(철화백자)로 나누어 소개한다. 조선시대에 어마어마하게 비쌌던 푸른색 안료로 장식한 청화백자는 왕실의 위엄과 품격을 나타냈다. 용이 그려진 항아리 중 가장 큰 크기(높이 61.9cm)인 ‘백자청화 운룡문 호’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리움 측은 “다섯 발가락을 가진 용이 그려진 작품으로 위풍당당한 형태와 역동감 넘치는 용 그림이 돋보이는 명품”이라고 전했다.
조선 중기에는 일본·중국과의 전란으로 고급 재료인 청화 안료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철화백자와 동화백자가 많이 제작됐다. 힘찬 용과 박력 있는 구름을 표현한 철화백자도 있지만, 지방에서 만든 철화·동화백자에는 아이들 그림처럼 정겨우면서도 소박한 문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채색 안료 없이 만들어진 순백자는 우윳빛 같은 유백색, 흰 눈 같은 설백색, 회색빛이 도는 회백색, 푸른 빛이 감도는 청백색까지 다채로운 ‘백색’의 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지방에서 만들어져 생활 용기로 사용됐던 백자들은 진열장에 넣지 않고 강가의 조약돌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흩어 놓았다.
이번 전시의 도자기 진열 방식도 흥미롭다. 관람객이 360도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백자의 다채로운 형태와 상세한 문양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람객의 안목과 관찰력에 달렸다.
한편 2020년 고 이건희(1942~2020)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작품 중 6점도 이번 전시에 나왔다. ‘이건희 컬렉션’의 본산인 리움미술관 소장품은 국보 1점 등 42점에 달한다. 1세대 컬렉터인 삼성 창립자 고 이병철(1910~1987)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진 도자기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홈페이지 예약 필수.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