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출을 위해 고군분투한 대기업 직원이 정부 표창을 받았다. 전세기를 동원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듯 한국인 직원 수백 명을 데리고 다니며 코로나19 검사를 시키고 격리까지 빈틈없이 도맡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처리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24일 SK온에 따르면 손기철(49) 글로벌제조지원 유닛(Unit) 피엘(PL)이 최근 K배터리 수출에 공헌한 공로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는 2020년 회사에서 글로벌 생산 기획(현 글로벌제조지원) 팀장을 맡을 당시 그해에만 헝가리‧중국‧미국 등 6개 장소에서 공장 증설과 신축을 책임지는 과제를 맡았다.
배터리 공장 신·증축 시점에 코로나19 터져
2020년 3월 헝가리 출국을 앞두고 전세기를 띄우기로 결정한 뒤, 각 정부 부처와 조율 끝에 항공 승인을 받는 상황이 손 PL 앞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300명 탑승자 명단을 취합하고, 전세기 가격을 1대 당 왕복 약 5억원에 협상한 뒤 전원을 3일 동안 격리시켜야 했다. 그는 “007 영화 장면에서나 보던 군사 작전 같았다”고 회상했다.
출국자들은 경기 용인‧안성 등 SK그룹 교육 시설 세 군데에서 3일 동안 격리한 뒤 45인승 버스 15대에 타 국립의료원으로 이동했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숙소에 돌아왔다. 다음날 출국 당일 오전 병원에서 음성확인서 원본을 받은 즉시 공항에 집결해 출국이 가능했다. 손 PL은 “사람 구경하기 힘든 인천공항이 우리 직원들로 오랜만에 북적였다”고 전했다.
300명 동시 격리→PCR→공항 집결
헝가리 정부는 나중에는 격리 면제까지 해주는 특별 대우로 한국 직원들을 환영했다. 손 PL은 그해 5~12월에도 중국에 전세기 12대를 띄우는 등 작전을 이어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그의 손을 거쳐 헝가리·중국에 간 직원은 약 1600명에 달한다.
손 PL은 K배터리 수출을 코 앞에서 이뤄낸 산증인이기도 하다. 2002년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03년 SKC에 입사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합류해 배터리 생산 공정을 구축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미국 배터리 공장 부지를 직접 보고 선택한 경험도 있다. 2018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개발팀 소속 시절 미국 남동부 6개 주에 있는 30개 후보 부지를 7개월 동안 샅샅이 뒤져본 다음 조지아주 커머스시가 최종 부지로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당시 제안서에 담았던 ‘2025년까지 2600명 고용’ 목표는 2년을 앞당긴 최근 모두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