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술 끊고 학원비 보탰다…다자녀 가구 월 지출 557만원

중앙일보

입력 2023.02.24 16:48

수정 2023.02.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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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에 사는 민모(42)씨는 지난해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첫째에 이어 둘째까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출이 크게 늘었다. 통신사를 알뜰폰으로 바꾸는 등 ‘가계부 다이어트’에 들어갔지만 전세 대출 이자가 불어난 데다 식료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월평균 지출이 처음으로 500만원을 넘었다. 민씨는 “외벌이는 아이가 하나면 본전, 둘이면 적자”라며 “지금이야 자녀들이 초등학생이지만 중‧고등학교 진학하면 학원비가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다자녀 가구, 월 46만원 더 썼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가계동향조사’ 항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혼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는 월평균 557만3000원을 지출했다. 전년도 511만1000원과 비교해 46만2000원(9.1%) 늘었다. 무자녀까지 포함한 전체 가구 지출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지난해 전체 가구 지출은 월평균 35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만6000원(6.4%)을 더 썼다. 다자녀 가구의 지출 증가 폭이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이었다. 증가율 역시 더 컸다.

2021년 3월 서울 목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지난해 물가가 오른 데다 이자 부담 증가까지 겹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전반적으로 팍팍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평균 소득이 1년 전보다 4.1%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1.1% 줄었다. 지난해 3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다.
 

무자녀 3만원인 월 교육비, 다자녀 65만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같은 상황에서 자녀가 있는 가구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보릿고개’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구 특성상 지출 자체가 많고, 자녀에 쓰는 돈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무자녀 가구와 2자녀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미혼 자녀가 없는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260만5000원으로, 2명 이상 가구(557만3000원)의 절반이 안 된다.
 
극적으로 지출 차이를 벌린 건 교육비다. 자녀 2명 이상 가구는 교육비로 월평균 64만5000원을 썼다. 전년(56만1000원)보다 8만4000원(14.9%) 늘었다. 무자녀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3만30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초‧중‧고 학원비부터 음악‧미술‧운동 등 예체능 학원비까지 일제히 올랐다. 학원비 중 가격이 낮아진 건 성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취업학원비(-1.1%)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18조7000억원이었던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지난해 1인당 학원비는 더 가파르게 늘었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이자 부담 더 커지자…술·담배 줄여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지난해 2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전년보다 월평균 14만6000원(11.3%) 늘어난 143만5000원이 비소비지출로 나갔고, 무자녀 가구는 같은 기간 비소비지출이 4만9000원(7.6%) 증가해 69만1000원이었다. 다자녀 가구는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과 주류‧담배 지출을 전년보다 각각 17.2%, 4.1% 줄였는데 고물가로 인한 가계부담으로 개인 편의나 유흥을 위한 기호식품을 포기했다는 분석이다.